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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장애 아들 정기예금 해약, 수협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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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3-11 09:05 조회1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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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3월 17일 저와 제 아들은 혼잡시간을 피하려고 아침밥을 먹고 바로 집에서 가까운 든솔 신협에 갔다가 10시반경에 경인 수협 은천로지점에 갔었습니다. 만기가 도래한 1년 정기예금을 찾아서 일부는 재예치하고 나머지는 찾아서 엄마인 제 입출금 통장으로 이체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걸어서 가고 제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아들이 저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번호표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침 시간이라서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한산했습니다. 바로 번호표 차례가 돌아와서 저와 제 아들이 함께 앉아서 복지카드를 내밀고 정기예금을 해약하겠다고 하자 수협 직원은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장애인분들은 법정대리인을 많이 선임하시던데 자녀분 후견인이나 법정대리인이 따로 없나요?”

“없습니다”

“후견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없다는 기본증명서를 주민 센터에 가서 한통 발급해 오셔야 처리가 가능합니다.”


저는 정기예금 해약하러 본인이 직접 갔는데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아 오라는 금융회사는 처음이라서 놀랐지만 금융회사마다 규정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복지카드를 주고 은행에서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서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아 오라고 했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났는데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전화를 해 보니 아들은 기본증명서를 발급받고 너무 피곤하여 쉬고 싶어서 집으로 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분명히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아서 다시 수협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해진 쉬는 시간에는 쉬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고 스스로 만든 규칙으로 정해진 시간을 결코 어긴 적이 없는 아들은 쉬는 시간이 되자 집으로 가서 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빨리 은행으로 기본증명서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 창구 직원이 여러 군데 전화를 해 보더니 기본증명서는 필요 없고 아들 인감증명서 아들이 쓴 위임장 아들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사소견서가 있어야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저와 아들은 필요도 없는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1시간 이상 허비한 것입니다. 저는 그날 거리가 먼 다른 은행에도 가야해서 시간이 없는데 서류를 1시간 이상 지나서야 이렇게 많이 요구하니 황당하고 화가 났습니다.

수협이 아닌 제1금융권 시중은행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을 5년 이상 이용했지만 지금까지 성인이 된 자폐성 장애인 아들이 직접 예금을 해약하러 저와 함께 갔을 때 인감증명서와 위임장 의사소견서를 요구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해약하러 갔는데 위임장을 써 오라는 것도 너무 불합리합니다. 자폐성 장애인 아들은 엄마인 제가 같이 갔는데도 은행 업무를 할 수 없는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은 본인이 갈 수 없을 때 필요한 것이지 본인이 직접 갔는데 가져오라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입니다.

1년 전 정기예금 금리가 동네 은행들 보다 조금 더 높았던 목동 구룡포 수협에 갔을 때 아들이 직접 가지도 않고 제가 아들의 복지카드와 가족관계증명서만 갖고 가서 아들 이름으로 정기예금을 가입했었습니다. 그때 해약할 때 이런 서류가 필요하다는 안내도 받지 못했습니다.만약 그 당시 해약할 때 이런 서류들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면 저는 예금 가입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화가 나서 수협 직원들에게 항의했습니다.

“왜 수협만 이런 서류들을 요구하나요? 다른 은행들은 본인이 가면 다 처리 해 주던데 이런 서류들을 요구하는 이유가 뭔가요? 처음부터 필요한 서류들을 제대로 안내를 해 주던가 시간만 낭비하게 이게 뭔가요? 조금 전 든솔 신협에 아들과 함께 가서 만기가 된 정기예금 해약하고 제 통장에 입금하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바로 처리되었는데 여기 수협만 왜 이런가요?”

“저희들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자폐성 장애인의 예금해약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몰라서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리고 실수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빨리 처리해 드리고 싶은데 저희 수협 규정을 따라야 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는 1년 전에 정기예금을 했던 구룡포 수협에 전화를 했더니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은 규정에 따라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아 와야만 예금해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1년 전에 예금을 할 때는 장애인 본인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해약할 때 본인이 가도 이런 골치 아픈 서류들이 필요할 것이라는 고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 서류를 다 준비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들어서 이 불합리한 장애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민원실은 제 이야기를 듣더니 금융감독원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고 수협 민원실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 주면서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그 전화번호로 계속 전화를 10번도 넘게 했지만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계속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 없어서 수협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안에 빨리 처리해야 하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어서 불합리하고 장애인차별이라는 것이 명백한 수협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제 스스로가 너무 참담하고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저는 평소 아들이 자주 가던 동네 내과 병원에 의사소견서를 발급받으러 갔습니다. 아들을 평소에 많이 진찰한 경험이 있는 의사는 어떤 의사소견서가 필요한지 은행 직원과 통화한 후 부모님이 서명한 아들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가져오면 의사소견서를 발급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의견서를 쓰고 자필서명한 의견서를 들고 다시 그 의사를 찾아가서 의사소견서를 25,000원을 내고 받았습니다. 은행에서 오전 시간을 다 허비하고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아들과 함께 주민 센터에 가서 인감증명서를 발받았습니다.

저는 의사소견서와 아들이 쓰고 서명한 위임장 아들의 인감증명서를 들고 다시 아들과 함께 수협에 가서 만기가 도래한 아들의 정기예금을 해약할 수 있었습니다. 경인 수협 은천로 지점에서 아들 이름으로 되어 있는 정기예금 하나 해약하려고 온종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다 써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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