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기준 장애 인구 내 고령화율은 52.8%로 전체 인구 고령화율 17.5%의 3배에 달한다. 노인이면서 장애인인 사람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장애인과 노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제도로 인해 정작 ‘고령장애인’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고령장애인의 특징과 국내외 고령장애인 정책사례를 바탕으로 한 고령장애인 정책 방안을 담은 ‘장애인 절반은 노인, 고령장애인 정책사각지대 더는 미룰 수 없다!’ 장애인정책리포트(제436호)를 발간했다.
“장애인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15~20년 빠르게 노화 경험
현재 고령장애인의 연령기준에 대해 법적·제도적으로 통용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고령자에 대한 법적 정의는 제도에 따라 다르다.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재해구호법’,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은 만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에서는 만 60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한다. 또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만 50세 이상을 중고령자, 만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구분하고 있다.
국립재활원의 2018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건강특성 비교를 통한 장애인의 노화 특성 연구’에 따르면 장애유형별로 차이는 있으나 장애발생 이후에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약 15~20년가량 일찍 노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책리포트에서는 장애인의 조기노화현상을 고려해 만 50세 이상의 등록장애인을 ‘고령장애인’으로 정의하고, 만 65세 이상의 등록장애인은 ‘장애인 중 노인’ 구분해 표기했다.
고령장애인은 선천적 장애 혹은 중도장애로 인해 노인 이전에 장애가 발생하고 노년에 이른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인이 돼서 각종 노인성 만성질환과 노년기에 발생한 사고 및 질환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하는 ‘노화에 따른 장애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화에 따른 장애인은 현재 장애와 노화를 동시에 경험한다는 점에서는 동질성을 갖지만 장애의 원인과 발생시기, 장애유지 기간이 달라 장애특성 및 욕구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각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
전체 장애인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 52.8%
2022년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현황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중 노인의 비율은 52.8%로, 청각장애인이 65세 이상 노인인 비율이 80.7%로 가장 높았고 뇌병변장애인 58.0%, 지체장애인 56.1%, 시각장애인 55.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중 장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 지역의 장애인 50세 이상 고령장애인 약 1,209명을 분석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고령일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고 사별의 비율이 높으며 가구원 수는 독거 및 2인가구의 비율이 높았다.
독거 또는 2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고령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 고립에 취약해 사각지대에 빠질 위험이 특히 높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고령장애인의 55.3%는 평소에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쁘다’고 응답했고, 고령장애인의 88.2% 치료, 재활, 건강관리 등
의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고령장애인의 19.0%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으며, 14.2%가 자살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다, 1.6%가 자살 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던 것으로 응답했다.
장애 등록 시기에 따라 고령장애인임에도 활동지원서비스 제외되는 현실
2020년까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65세가 되면 장기요양 수급자로 전환돼 기존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후 2020년 11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활동지원 수급자였다가 65세 이후에 혼자서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 대해서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2021년 1월부터 65세 이후에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65세 이전에 장애인이 돼 활동지원급여를 수급한 경우에만 적용돼, 65세 이전에 활동지원급여를 수급하지 않던 장애인이나 65세 이후에 장애인이 된 경우에는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없고 장기요양급여만을 신청할 수 있어 같은 고령의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활동지원급여에 대한 보전 혜택을 받고 누군가는 혜택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처럼 고령장애인 정책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5년마다 발표하는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는 정책여건에서 장애 인구 구조변화로 고령화된 장애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언급은 있으나 구체적인 고령장애인 정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령장애인 연령기준 마련·국민연금 지급 연령 재정비’ 제언
정책리포트는 “장애인의 조기노화를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별 없이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61세로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여론이 제시되고 있다”며, “법적·제도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고령장애인 연령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 연령기준은 제도나 서비스의 목적과 특성에 따라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장애인복지제도와 노인복지 제도 간의 분절성을 해소하고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령장애인 정책이 부재한 현실은 사회부처의 힘이 약하고 복지를 위한 지방조직·공공기관이 부족하며 지방정부의 자기인식이 경제적인 역할과 종합행정에 그쳐 고령장애인의 생활을 위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령장애인’을 정책과제로 부각시키고 고령장애인의 필요서비스와 인구동향을 분석해 정책이 중복되거나 누락, 충돌하는 지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외에도 장애와 노화 이중고 겪는 고령장애인 위해 고령장애인 의료비 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소득기준 완화, 고령장애인 특화 쉼터 설치 통한 맞춤형 운동프로그램 및 사회활동 지원, 순환적 돌봄체계 구성, 임대주택 지원 대상 확대, 재활로봇 등 신기술 활용한 주거환경 보장, 국민연금 지급 연령 재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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