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의 투쟁에도 여전히 우리 발달장애인 자녀들은 교육에서, 노동에서 차별받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지 못해 시설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제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의 완전한 통합사회’를 촉구하며 비가 온 뒤 축축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몸을 던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지난 15일 제주특별자치도를 시작으로 경남, 부산, 울산, 경북, 대구를 순회하며 오체투지를 벌여왔다. 이후에도 광주와 충북, 경기 등 전국 12개 광역시도를 돌며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해나갈 예정이다.
27일 오전 11시 전라남도 무안 신재생에너지홍보관 사거리에 모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1시간이 넘는 오체투지로 전남도청에 도착했다.
장애인 부모들로 구성된 부모연대는 교육, 복지, 노동, 주거, 소득보장 등 모든 영역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년째 투쟁해왔다.
2018년 4월에는 삭발, 삼보일배, 천막농성 등 치열한 투쟁을 통해 ‘제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견인했고, 2022년 4월, 557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삭발과 단식투쟁으로 21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수의 동의로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2023년에도 발달장애인 전 생애주기에 걸쳐 당사자의 권리에 기반한 촘촘한 지원과 돌봄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6월 뜨거운 땡볕 아래의 오체투지를 전개하며 대통령 집무실에 ▲장애 영유아 조기 개입 및 지원체계 구축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 보장 ▲발달장애인 자립·주거권 보장 ▲발달장애인 전 생애 지원체계 구축 등 내용이 담긴 정책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지난해에는 언론을 통해 발달장애인 참사가 10건이 보도됐고, 올해 언론에 보도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만 8건에 이른다.
부모연대 전남지부 이정근 지부장은 “전국의 부모들이 마음을 같이하고 있다. ‘차별을 넘어 평등 세상을 위해 가자’는 이 구호를 우리는 십수년을 외쳐왔지만, 삭발로도 안되고 삼보일배로도 안되고 이렇게 오체투지까지 왔다. 조금씩 세상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발달장애인 가정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다. 우리는 그 고민과 죽음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한 사람의 힘이 아닌 열사람, 백 사람의 발걸음과 천 사람의 오체투지로 우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올곧이 살아갈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한국 정부는 탈시설 정책을 통해 20년 동안 탈시설을 하고 시설을 없애겠다고 한다. 그런데 발달장애인들은 지역사회 갈 곳이 없다. 정책이 너무 아이러니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OECD 국가 38개국 한국 장애인복지 예산이 37등이다. 지역사회 정책이 없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나라에서 서비스는 권리로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서비스가 권리인 세상이 돼야 한다”면서 “이 한과 응어리를 풀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이렇게 부모들이 모였다. 차별 없는 세상, 완전한 통합사회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요구안 정책안들은 ▲발달장애인 주거생활서비스 시범사업 도입 등 자립생활 권리보장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 학급당 인원수 감축, 특수교사·특수교육지원인력 확대, 행동지원체계 구축 등 통합교육 보장 ▲내년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예산 삭감 철회, 발달장애인 일자리 지원체계 구축 등 노동 권리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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