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달장애인들의 대학진학이 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지적장애인 등이 진학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학문의 상아탑으로 여겨지던 대학이 이제는 생애주기 상 학령기의 마지막 단계로 인식되면서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과 부모 모두 사회에 나가기 전 대학진학을 고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특화학과가 개설되는 등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대학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진학을 용이하게 하는 국가장학금제도나 복지적 장학제도들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학은 자유로움, 낭만 등으로 대변되며 20대 젊은이가 누릴 수 있는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자 과정이며, 진지하게 스스로를 성찰하며 사회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대학 생활을 한다면 역할을 가진 직업인이 되어 사회로 연착륙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기회가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도 열리고 있다는 것은 통합사회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대학의 특성상 발달장애학생의 대학교육과 대학 생활에는 다소 험난하다. 대학의 자율성과 개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발달장애학생에게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먼저 ‘짧은 학기, 긴 방학’의 대학교육체제는 발달장애인에게 유리하지 않다. 지금까지 주 5일 등교와 1개월 남짓한 방학을 보냈던 학생들에게 1학기 18학점 정도의 수강은 여유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즉 1년 대학 생활 중 등교일은 90여 일을 넘지 못하고 270여 일을 학교 밖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장애 학생의 경우 긴 방학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도서관, 학원 등 개인적 성장과 사회진출 준비를 하는 반면 발달장애학생이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사회진출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은 거의 없다. 이러한 지점은 학생에게는 무료하거나 무기력한 시간이 되고, 가족들에게는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비장애 학생 중심의 대학에 정원 미달로 발달장애학생이 입학하게 될 때 발생한다. 이런 경우 모든 강의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애학생이 수업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요즘 대학의 분위기가 녹록치 않은 사회진출 준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발달장애학생들에게 우호적이지 않거나 심한 경우 외톨이가 될 우려가 있다. 그 외에 장애 학생에 대한 대학당국의 무관심은 열악한 재정지원과 경직된 교육과정 등으로 나타나 발달장애인들의 대학생활에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러면 발달장애학생의 대학진학이라는 사회적 패러다임 변화를 어떻게 조화롭게 대학에 적용할 수 있을까? 대학생활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엄두는 내지 말고 작업장을 가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할 것인가? 여기에는 몇 가지를 잘 파악하고 고려하여 대학을 진학하라고 권하고 싶다.
첫째, 발달장애학생이 학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학과를 선택하여야 한다. ‘다수의 비장애인과 소수의 발달장애 학생’으로 구성된 일반학과에서는 앞에서 말한 대학교육의 단점들을 모조리 경험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장애학생이 다수여야 능동적 대학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둘째,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특화된 교육체제를 갖춘 학과를 선택하여야 한다. 최근 발달장애학생들의 대학진학이 늘면서 아직은 다양하지는 않지만, 전국적으로 몇몇 학과들이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학생에게 보다 세심한 접근과 관심이 학과 운영을 통해 구현되는지 알아보고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셋째, 학과가 발달장애학생을 위해 어떤 교육철학을 가졌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학진학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여 줄 학과인지를 확인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에 있어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모든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졸업장을 얻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 발달장애학생에게도 대학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할 즈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 연착륙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또래와 동등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가정과 대학과 사회가 함께 지지하고 조력하는 아름다운 통합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주환 교수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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