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발달장애인은 아웃라이어(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로 여겨지곤 한다.  ©pixabay경증 발달장애인은 아웃라이어(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로 여겨지곤 한다.  ©pixabay

발달장애계에서 외침이 가장 크게 들리는 쪽은 아마도 발달장애인의 부모집단일 것이다. 당사자의 부모는 발달장애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돌보며, 발달장애인이 마주하는 여러 어려움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부모집단을 비롯한 발달장애계 대부분의 관심사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24시간 돌봄체계 구축일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증 혹은 미등록 발달장애인은 소외되고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 카페에 접속하면, 일반 학교를 다니거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한 발달장애인은 극소수의 사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에 다니거나 졸업한 발달장애인은 6.2%에 불과했다. 취업률 역시 20.3%에 그쳤다. 통계만 보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에 도전할 정도의 발달장애인은 소수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통계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바로 모집단(통계를 내는 대상 집단)이 발달장애인으로 등록한 사람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폐 출현율은 약 2% 정도인데, 이를 바탕으로 자폐인 추정치를 계산해보면 103만 명 정도이다. 그러나 2021년 등록 자폐성 장애인의 수는 33,650명뿐이다.

이들 미등록 자폐인들이 어떤 장애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 중에서는 중증 발달장애인도 있겠지만, 경증 장애인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나머지 백만 명의 삶을 알지 못하는 우리가 경증 발달장애인의 삶을 ‘극소수’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

적게나마 드러난 미등록 자폐인의 삶은 어떨까. 세바다 활동가 김세이 씨의 기고에 따르면, 미등록 자폐인인 그는 일반 학교에서 부적응과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다. 동급생들은 김세이 씨를 ‘자폐아’라며 괴롭히기 일쑤였고, 괴롭힘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계속되었다.

언론에 소개된 또 다른 자폐인 최선엽 씨는 고려대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의 대학 생활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이 기숙사 방 앞에서 그를 놀리고, 그의 행동을 따라하며 조롱했다고 한다.

미등록 및 경증 자폐인이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이유는 사회와 학교, 동급생의 장애이해 부족 때문이지만,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이 배경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학교에 가지 못할 때, 미등록 및 경증 장애인은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다.

등록 자폐인으로서 국내 최초의 박사 취득 사례로 등재된 윤은호 박사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폭력도 학교폭력이지만, 학계 진출 이후 비장애인 박사와 동등하게 경쟁을 펼치며 고충을 경험했다.

이들 세 사람이 자폐인인 만큼 이들이 겪은 어려움도 자폐인의 경험이고 삶이다. 통계적으로 소수라고 해서 미등록 및 경증 자폐인의 어려움을 아웃라이어(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아픔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미등록 및 경증 발달장애인의 삶과 아픔을 ‘극소수’라고 부를 때, 미등록 및 경증 당사자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의 기회는 지워지고야 만다. 다른 이의 장애를 선망하고 질시할 때 발달장애계에 남는 것은 장애해방이 아니라 대립과 상처다.

장애는 누가 누가 더 나은지, 누가 누가 더 가벼운지 경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서로의 다른 아픔을 존중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안에서는 함께 나아가는 것이 발달장애인의 해방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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