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한 보완대체의사소통(이하 AAC)에는 다양한 방법과 기기들이 활용되고 있고 최근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AAC에도 다양한 기기들이 개발·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의사소통 권리에 대한 정책과 인식은 AAC 기술 발전 흐름에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의사소통 권리에 대한 정책은 거의 없으며, 여전히 의사소통의 권리적 측면보다 치료·재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한국뇌병병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는 6일 제2회 한국뇌병변장애인권리증진 정책컨퍼런스의 일환으로 ‘해외 뇌병변장애인 활동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증강현실·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반 AAC’ 등 혁신적 기술 미래 AAC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 정유선 교수는 증강현실 기반 AAC,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한 AAC,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개인화 AAC, 고급 음성인식과 합성음 기술을 결합한 AAC 등 혁신적 기술이 결합한 미래의 AAC에 대해 설명했다.
정유선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증강현실 기반 AAC ‘Holo AAC Prototype’은 편의점 시뮬레이션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홀로 렌즈를 착용하고 물건을 계산대에 놓고 작동시키면 홀로렌즈가 해당 물건을 자동으로 인식해 물건과 관련된 키워드와 문장이 가상공간에 나타나고 사용자가 원하는 단어 및 문장을 선택하면 음성으로 출력되는 방식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한 AAC의 경우 생각을 직접적으로 AAC 기기로 전달할 수 있기에 매우 혁신적인 방법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기술은 연구 단계에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적인 AAC 통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정유선 교수는 “증강현실이나 뇌 인터페이스나 머리에 차고 다니는 보급 AAC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사실 이 기기를 쓰고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은 힘들기에 이 기기들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AAC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발전속도를 보면 더 간편하고 일상적인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휴대용 AAC 기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 같다”며 “특히 스마트폰 기기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반의 AAC는 더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고급 음성인식과 합성음 기술을 결합한 AAC의 경우 사용자의 발음과 억양을 지속적으로 학습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게 인식해 주는 기술이 발달되고 있고, 컴퓨터 합성음의 기술 발달로 인해 사람의 목소리에 가깝게 나오는 합성음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감정 표현 가능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소통’ 치료·재활 아닌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권리로 인식돼야
한뇌협 의사소통위원회 김경양 위원장은 “의사소통이라고 하는 것이 본인의 선택권이며, 당연히 자기가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의사소통과 관련된 정책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책적으로 규정된 것은 ‘의사소통 권리증진 조례’ 정도다.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의사소통과 관련된 규정이 있긴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수어 지원에 대한 내용 등으로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의사소통을 권리로 바라보는 것은 법적으로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보 접근을 모든 사람이 가진 권리로 정책적으로 규정하고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의사 표현과 의사소통 또한 권리 측면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애인들에 대한 서비스가 전체적으로 치료와 재활에 대한 목적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의사소통 또한 권리적 측면보다 치료·재활의 목적이라는 것”이라며 “이제는 의사소통을 당사자의 권리로써 바라보는 인식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어장애인과의 소통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뇌병변장애인 인식개선 신선해 강사는 “대학교에서 아동복지를 전공하고 직업을 갖기 위해 참 많은 곳에 면접을 다녔다. 하지만 서류접수를 통과해도 대면 면접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들과는 다른 질문을 받아야 했고 면접 자체를 거절 당하기도 해 이 시기에 많은 좌절을 맛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몇 년을 고생하다가 자립생활센터를 알게 됐고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여러 일을 했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 원했다. 강사 활동도 원하던 업무 중 하나였다. 선생님은 어렸을 적부터의 꿈이었지만 AAC가 나오기 전까지는 실현할 수 없는 꿈이었다. 현재는 AAC를 활용해 장애인인식개선 강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살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자주 느낀다.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고 그 표현에 대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자신에게 맞게 조율해 또 다른 생각을 하는 이 과정은 매우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만 언어장애인이나 AAC를 사용하는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소통하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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