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장애인의 선박 접근권 차별구제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시행 17년이 지났음에도 휠체어를 타고 선박에 탑승할 수 없는 현실을 규탄하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과 적극적 구제조치를 요구하는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 이하 연구소)는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장애인의 선박 접근권 차별구제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원고 전동휠체어 사용자 서모 씨와 수동휠체어 사용자 이모 씨는 지난 2022년 10월 20일 제주특별자치도의 부속섬 중 하나인 가파도에 방문하기 위해 운진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승선권을 구매하고 승선 시간에 맞춰 탑승을 준비했지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상태로는 승선이 불가하다는 안내만을 받은 채 탑승을 거부당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통사업자는 출입을 거부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후 이 씨는 같은해 12월 2일 마라도를 방문하기 위해 재차 해당 항에 방문해 승선 시도를 했고 ‘접이식 휠체어가 아니면 선박 이용이 불가하다’는 안내에 강하게 항의해 직원 두 명의 도움을 가까스로 받아 승선했지만, 어렵게 승선한 해당 선박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그 어떤 편의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객실로 향하는 길이 계단 뿐인 선박의 모습.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객실로 향하는 길이 계단 뿐인 선박의 모습.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선실에 들어가기까지의 출입구엔 전부 계단이 설치돼 있어 이동이 불가능했으며, 휠체어 고정설비 및 교통약자 편의시설이 전무해 승선 내내 오로지 팔 근육에 의지해 느끼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는 것.

‘교통약자법’에 의하면 ‘해운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여객선에는 휠체어 승강설비, 휠체어 보관함, 교통약자용 좌석, 장애인전용화장실 등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22~2026)’ 중 교통수단별 이동편의시설 설치 및 관리 실태 현황에 따르면 여객선의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 설치율은 37.8%로, 저상버스 95.8%, 도시철도 96.0%, 항공기 73.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는 “교통약자법이 시행된 이후 1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이 이동편의시설 미비를 이유로 여객선 탑승을 거부당하거나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장애인에게 선박 접근권의 현실은 불편의 수준을 넘어 접근불가능성 그 자체이자 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배제이며 자기주도적 삶에 대한 상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에 총 3,382개의 섬이 있고 그중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섬은 464개다.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공간적으로 육지와 떨어진 섬으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선박을 이용하는 방법 이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선박은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이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대중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섬 지역의 특성상 교통수단에 차선책이 없으므로 선박에 대한 접근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또한 이는 비단 도서지역 거주자뿐만 아니라 원고들과 같이 선박을 이용해 섬에 여행을 가게 될 불특정 다수의 장애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권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소는 해당 교통사업자와 해양수산부장관, 대한민국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9조, 제48조에 의거해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장애인이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여객선을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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