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가 지난 2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살인 혐의가 있는 정유정 사건을 다루며 자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강화시켰다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또래 여성을 살인한 범죄 사건을 다루며, 살인 혐의가 있는 정유정의 성향에 대해 보도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방송에 출연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친구들의 진술과 ‘슬리퍼만 신고 있다, 독특한 말투와 걸음걸이’ 등의 묘사만으로 자폐적인 성향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단편적인 묘사에 대한 진단만으로 정유정이 고기능성 자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방영 직후 여러 언론 매체에서는 이번 사건을 다시금 다루며 ‘정유정-자폐’라는 연결 단어가 도배되다시피 했다.
부모연대는 “언론은 앞다투어 ‘자폐적 성향이라 명명된’ 정유정의 일면만 보도하기에 바빴다”며, “장애는 개인의 반사회적 범죄를 규명하는 도구가 아니다.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모습들에 대한 묘사만으로 평생에 걸쳐 나타나는 장애를 진단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숱한 연구들과 전문가들의 견해에서는, 자폐 장애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동일시하는 것에 반대하며 해로울 수도 있음을 지적해왔다. 자폐 장애인들이 의사소통과 감각처리 과정에서 보이는 어려움들을 거론하는 것은 정유정의 살해 혐의에 대해 진단과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극적인 요소만을 찾는 방송사에게 ‘장애’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주요 요소일 수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걸쳐 호명되는 자신의 정체성이다. 자폐 장애인들은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묵살당한 채 사회적 상호작용의 ‘항상적인 결핍’에 대해서만 조명받아왔다. 이제 ‘반사회적 범죄자, 흉악 범죄자’라는 낙인까지 더해져 살아가라는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유정의 자폐 성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언론의 모습에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나는 범죄자와 직접 만나 진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몇몇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진단명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논하는 일이 부정확하고 경솔할 수 있으며, 둘째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와 자폐 증상을 연결지어, 자폐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낙인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연대는 “장애를 낙인화하는 프로파일링이 이 범죄를 이해하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가? 방송의 목적이 ‘범죄자가 되기 쉬운 자폐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무차별적으로 유포시킨 장애 낙인에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의거, ‘그것이 알고싶다’는 자폐 장애인을 비롯한 발달장애인들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 SBS의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 보도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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