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활동지원사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에이블뉴스DB장애인과 활동지원사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에이블뉴스DB

시각장애인 A씨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했다. 심사 결과 14등급을 받았다. 월 90시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신의 지역에 있는 활동지원 중개기관에 연락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활동지원사가 오지 않았다. 서비스 중개기관에 전화해 왜 오지를 않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가고자 하는 활동지원사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하루에 3시간 정도의 활동지원을 하는 경우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대답이었다.

활동지원사는 아침에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여 하루 6시간이나 8시간 일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출근 시간을 정해 놓고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퇴근을 하는 셈이다. 중간에 휴게 시간도 주어지고, 활동지원사가 목표로 하는 월 소득도 달성할 수 있다. 출근이나 퇴근을 위한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여느 임금 노동자들과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점심시간도 주어지니 근로복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하루에 3시간의 활동지원을 하게 되면 오후에 다른 장애인에게 추가로 활동지원을 하기 위해 이동을 해야 한다. 다시 3시간 정도의 활동지원 서비스 등급을 가진 장애인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의 장애인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다시 다른 장애인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이동시간을 버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점심시간도 없이 이동해야 한다. 또한 단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로, 휴게시간도 제공받지 못한다. 그래서 희망하는 활동지원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체장애인 B씨는 15등급을 받았다. 지역의 활동지원 중개기관에 활동지원사 연결을 위해 연락을 하였다. 그러자 그 기관에서는 아예 14등급 이하의 하위 등급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25%의 수수료를 제공기관이 가져가는데, 배가 불러서인지, 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인지 따져 물었다. 그러자 중개기관이 무슨 큰 이익이 생기는 줄 아느냐며, 각종 수당과 4대 보험 가입, 퇴직금을 지급하고,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급여를 지급하고 나면 적자를 본다고 하였다.

그럼 왜 중개기관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활동지원 사업은 최소화하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자립생활센터의 사업 지원이 별도로 있어 운영을 하면서 추가적으로 활동지원 사업도 하긴 하지만, 활동지원 하위 등급을 위한 적은 시간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활동지원사의 시간이 적든 많든 관련 서류나 업무는 동일하므로, 서비스 등급이 하위인 사람을 위해 인력을 사용하는 것은 낭비적 요소가 있다고도 하였다. 이와 같은 에너지를 들이는데 이왕이면 등급이 높은 장애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등급이 높은 장애인은 주간에 서비스를 제공 받고 저녁이나 야간에는 추가로 더 서비스를 받으려면 같은 활동지원사를 이용하되, 근로기준법에 의해 한 기관에서는 주당 52시간 이하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다른 중개기관과 쪼개 계약을 하면 된다. 아니면 주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이 퇴근하면서 저녁이나 야간 시간을 더 일해서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장애인은 어느 시간이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하위 등급인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퇴근 시간에 와서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 저녁 시간에만 이용하라고 한다. 이 장애인은 서비스의 이용시간 선택권이 없다. 필요한 시간에 제공 받지 못하는 것이다.

활동지원서비스 등급이 낮은 사람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다른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도움이 되겠구나 싶어서 신청을 하였으나 막상 서비스를 제공 받으려고 하니 다른 사람 손에 장애인 자녀의 특성도 잘 모르는 활동지원사의 손에 맡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이용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활동지원사와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어 서비스를 포기한 활동지원사의 소문에 의해 다른 활동지원사들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농촌 지역 벽지 등에서는 활동지원사 인력이 부족하여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하위 등급을 받았다고 하여 서비스 제공 대상에서 기피자가 되는 것은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정부에서 등급을 정한 것은 그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이고, 그 정도의 서비스는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더 이상의 등급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하위 등급이라고 하여 아예 기피자가 되어 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분한 일이다.

정부는 서비스 등급을 받고도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하는 사레와 등급에서 서비스를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서비스 기피자는 왜 기피가 되는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일 것이다.

정부가 서비스 대상자를 예산에 맞추어 정하였으나 불용자가 있어 예산이 불용처리되는 경우가 상당히 존재한다. 그러한 장애인들에게 일일이 활동지원 서비스 사용 계획이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적절한 인력이 공급되고 있는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한 장애인에게 이어서 하루에 8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받는 급여와 하루에 3시간의 서비스를 두 명의 장애인에게 제공하고 받는 급여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이동시간 등을 감안하면 출근시간과 퇴근 시간은 두 경우 거의 비슷하다. 그러니 누가 하위 등급의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서비스를 하려고 하겠는가.

장애인은 서비스 중개기관과 계약을 하여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계약을 기피 하는 경우 정부가 책임을 지고 서비스 기관을 지정하거나,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원 등에서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고 가족의 돌봄으로 만족하겠다는 경우라면, 그 서비스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다른 사람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하위 등급의 활동지원 서비스가 기피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앞으로 장애인 돌봄을 24시간 가능하게 하겠다거나 감염병 등의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더 제공하겠다는 계획 역시 인력공급의 문제를 살펴야 하고, 가족의 요청이 없어 방치되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활동지원사 교육을 이수하고 실습을 하려고 하면 장애인이 동의를 해 주지 않아서 못한다거나, 대기자가 수 백명 있어 실습 순서를 세월없이 기다리다가 포기하는 교육생의 문제도 심각하다. 단지 예산만 확보하면 저절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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