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CRPD 위반하는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을 폐지하라”
한국장애포럼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정의당 장혜영‧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최혜영 의원과 함께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에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선택의정서가 비준됐다. 선택의정서는 UN CRPD 당사국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 개인 진정과 직권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협약 부속 문서로, 이달 14일부터 발효된 상태다.
직권조사는 진정과 달리 국내 권리 구제 절차 없이 국내법을 뛰어넘는 권고가 가능하고 피해 당사자가 아닌 관련 단체도 직권조사 청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선택의정서를 비준한 국가에서 발생한 협약 위반 사실에 대해 조사 후 당사국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한다.
이들 단체는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 신청을 위한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발표한 탈시설가이드라인에서는 ‘시설 수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이자 폭력’으로 규정하며, 협약에서 규정하는 법 앞의 평등, 안전, 고문, 학대, 건강에 대한 조항을 위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계는 직권조사 청구를 통해 한국의 장애인 시설수용 행태를 고발하고, 한국 정부가 UN CRPD 원칙에 입각해 탈시설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선택의정서 비준 국가인 헝가리 정부의 시설 소규모화 정책 등에 대해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3년간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2020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 위원회는 시설 수용을 중대한 권리침해라 지적하며 효과적인 탈시설 계획 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탈시설 예산의 약 130배를 장애인거주시설에 투여하는 한국 상황 또한 헝가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실시된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에 따르면, 한 방에 거주하는 인원수는 4.7명(100인 이상 시설의 경우는 6.7명)에 이르며, 평균 입소 기간은 18.9년에 달한다. 또한 개별서비스가 불가해 야간직원 1명이 지원하는 장애인 입소자수는 평균 13~15명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한국의 1‧2‧3차 국가보고서에서 유엔이 가장 많이 코멘트한 의제가 바로 탈시설이며, 탈시설은 모든 장애인에게 보장돼야 할 권리다. 한국의 거주시설 정책은 장애인의 자유를 박탈한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라면서 “복지정책이라 여겨졌던 시설이 그 자체로 장애인 권리를 침해하는지에 대해서 여기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증언이 증명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직권조사 이후 보고서를 통해 지적당하며 국제적 망신을 사기전에 이제라도 탈시설 정책을 적극 검토하고 시행해야 한다”면서 “국회 또한 계류된 탈시설지원법 통과를 위한 모든 노력을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시절 탈시설 문제를 집중 지적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탈시설 권리를 인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이권의 문제로 보면서 적극적 반대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면서 “국민의힘도 반드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실질적으로 실효화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탈시설 당사자인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유다 활동가는 “7년간 시설에서 살다 자립생활주택에서 자립 후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축구, 종교활동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져서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며, 월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도 좋다”면서 “모든 장애인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탈시설지원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외쳤다.
발달장애인 부모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장애인 지원을 오롯이 가족에게 전가하는 체계 속 부모들이 원한다는 이유를 거주시설 유지 핑계로 삼지 말아 달라. 최중증장애인, 도전행동 장애인이 어떻게 지역에서 거주하겠냐고 묻는데, 거꾸로 시설에서는 어떻게 담보하냐. 약물 이외 어떤 방법이 있는지 묻고싶다”면서 “부끄럽고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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