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인 2001년 1월 22일,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역(4호선)에서 설을 맞아 가족을 만나려고 지하철로 이동하던 장애인 노부부가 지하철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그러면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 그리고 다시 22년이 지난 2023년 1월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이도역 추락 참사를 기억하며 ‘지하철 행동’에 나섰다.
오전 8시, 오이도역 승강장에서 열린 ‘첫 번째 행동’. 근조 모자를 쓴 채 승강장에 모인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외쳤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경찰에 방패에 막혔다. 오이도역장은 확성기를 들고 거듭 철도안전법 위반이라며, 역 밖으로 퇴거를 요청했다. 장애인들과 오이도역장의 목소리가 뒤엉키며 또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나무를 심는 장애인야학 김선영 교장은 “‘불법이다’라고 하지 마시고 기본적인 권리예산을 보장해줘야 살지 않겠냐”고 호소했지만 방패는 열리지 않았다. 22년 전 노부부가 사망한 그 역사에서 장애인들은 시민호소문을 읽으며 “지하철 타게 해주세요”를 끊임없이 외쳐야 했다. 3시간여를 목 터져라 외친 끝에 엠프 금지, 승하차 금지 등의 단서를 달고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브레이크 없는 ‘무정차’ 폭력을 시민의 힘으로 막아줄 것을 호소합니다.”
오전 9시 10분경, 서울역 승강장에서 시작된 ‘두 번째 행동’은 대국민 호소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동권 등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이 담긴 피켓을 몸에 건 전장연 활동가들은 시민들에게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저희가 목소리를 외치는 것은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것 단 하나다. 장애인은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하는데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가만히 있으라 하냐”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외쳤다.
어김없이 서울역장의 경고 방송이 나오자, 장애인 활동가들은 고개를 숙이며 묵묵히 들었다. 다시금 발언을 이어갔지만, ‘철도안전법 위반’이라는 경고가 또다시 들이닥쳤다. 한 시간이 지난 10시 15분께, 서울역에서도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거부당했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부터 ▲이동권 ▲활동지원 ▲노동권 ▲탈시설 등이 담긴 약 1조 3000억원의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며 47차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펼쳐왔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예산은 이중 0.8%인 160억원에 불과했다.
전장연은 다시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만남을 원한다.
“면담 답변이 오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만날 겁니다. 추경호 장관 집에도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기재부 장관은 면담에 응하십시오.”(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
한편,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불발된 면담 또한 거듭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오후 4시 장애인단체들과의 ‘합동 면담’을 하자고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전장연이 이를 거부하며 결렬됐다.
시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지연 시위로 인해 445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더 이상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지하철 정상운행에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밝혔다.
이동률 시 대변인 또한 “지하철이 특정단체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시위의 도구가 되는 것을 앞으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서울시의 강경 대응의 입장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전장연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대화 추진에 유감을 표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민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대화자리를 갖자고 다시금 시에 제안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