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가 경기도 평택 미신고시설에서 발생한 중증장애인 사망사건이 국가의 책임임을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했다.
지난해 1월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평택시와 시설장에는 피해자 유족들이 청구한 약 2억 2,000만 원 중 1억 4,000만 원을 공동책임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것에 이어, 2심 판결에서도 끝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는 19일 평택 미신고시설 폭행·사망사건 피해 유가족의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이승헌 활동가는 “여전히 국가와 복지부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 이번 선고 결과다. 대한민국 책임이 전혀 없다는 사법부 판단에 실망을 넘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 2심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재발을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장추련에 따르면 2020년 3월 평택시 소재 미신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중증장애인 김 모 씨가 활동지원사에게 폭행을 당해 결국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인 활동지원사는 2021년 4월 형사재판을 통해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불법으로 미신고시설을 함께 운영하면서 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학대·폭행행위 지시·방조 의혹이 있는 시설장과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라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평택시, 대한민국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기에, 피해자의 유족들은 시설장 및 평택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평택시와 시설장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피해자 유족들이 청구한 약 2억 2,000만 원 중 1억 4,000만 원을 공동책임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청구를 기각했다.
1심 판결은 시설 관리감독에 대한 지자체의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건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중증장애인 피해자의 일실이익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유가족과 소송대리인들은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및 운영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인권탄압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할 대한민국에 책임을 묻고자 시설장 및 평택시,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이정하 활동가는 “보건복지부는 피해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년 전인 2019년 현장평가 시 모든 항목에서 F등급을 내리면서도 그 어떠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왔다. 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외쳤다.
또한 지난해 12월 진행된 해당 시설장의 형사재판에서도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 결과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 선고에 그쳤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김남희 변호사는 “1심 판결은 대한민국의 책임과 중증장애인 피해자의 일실이익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신이익은 피해자가 살아있었다면 누릴 수 있는 이익인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의 삶은 죽어도 배상받을 수 없고, 경제적 가치가 없다. 그래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이와 비슷한 소송에는 이처럼 전혀 인정하지 않는 판결은 잘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은 장애인 삶의 가치를 비장애인과 비교해 아주 조금밖에 인정하지 않겠다는 판결이며 억울한 장애인의 죽음을 배상해주지 않겠다는 차별적 결론”이라며, “너무나 유감스럽다. 사법부는 이 차별적 판단을 반성하고 다시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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