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70대 중반의 나이에 38세의 자폐성 장애인 아들과 함께 지금까지 살면서 못 볼 꼴을 너무많이 봤지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식과 동반자살을 하거나, 미래가 없고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식을 살해하고 장기간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 발달장애인 부모 중에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예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가족을 버리고 가정을 떠나는 엄마들도 많이 봤고, 심지어 거주시설 앞에 버리는 부모도 있었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언론에서 반짝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정부도 정치인도 관심이 없고, 부모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최근 나이가 들어 집에서 4Km 떨어진 주간보호시설에 아침저녁 등 하원 시키는 것도 힘에 부쳐 활동 지원 재신청을 했고, 월 120시간 배정받아 관내 활동 지원사 파견 기관에 전화를 해 파견을 요청했더니, 몇 시간 배정받았냐고 묻길래 120시간이라고 하니까, 3군데에서 한결같이 '120시간이면 아무도 하려는 사람이 없습니다'라는 냉정한 답이 돌아왔다. 이유는 120시간 일해봐야 밥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부모들 얘기는 발달장애인은 시간이 다 적게 나온다며 불만이 많았다.
활동 지원 최대 시간은 400시간이라는데, 도대체 24시간 캐어가 필요한 발달장애인들에게 80시간, 100시간 배정이 많다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가고, 국민연금공단은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는 120시간을 배정하는 이유가 뭔가? 발달장애인은 최소한 하루 10시간은 배정해야 활동지원사가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고, 부모들도 자녀 양육 부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활동 지원사도 많지만, 내 사정을 아는 많은 활동 지원 이용 어머니들이 전하는 불만을 들어 보면 도대체 이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활동 지원가가 갑이다', '경증에 봐주기 쉬운 순한 장애인만, 시간 배정이 많이 받은 장애인이 우선이다', '1년째 활동 지원사를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활동 지원 이용하면 열불 나는 일 많을 거다. 목덜미 잡을 일도 많이 생길 수 있다', '일이 수월하고 시간 배정 많이 받고, 실제 적게 일할 수 있고, 일 안 해도 120시간 다 받아 가는 게 암묵적인 룰 같다', ‘오히려 지원사가 장애인 면접 본다’, '폭력성이 있거나 캐어가 힘든 장애인은 거부해 지원사를 못 구한다', '좋은 지원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동료들끼리 어떻게 하면 일 덜하고 시간 더 받을 수 있는지 노하우를 전수하더라.' ,'중증 장애인은 지원사가 그림의 떡이다.' , '툭하면 그만둔다고 하고 성질부린다.' , 보호자가 있으면 일하는 척하고, 안 보이면 잠자거나 책 보고 있다.' , '일한 것보다 시간을 더 달라고 해 여러 명 거부하고 나서야 제대로 하는 지원사 구했다.' , '누구를 위한제도인지 모르겠다.' , '배정 시간을 절반도 이용하지 못하는데, 나머지는일한 걸로 가져가려 한다.' , '활동 지원사 밥벌이 수단이 맞다.' , '발달장애인은 중학생만 돼도 활동 지원사들이 거부한다.' 등.
부모들은 활동지원사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하고, 불만이 있어도 행여 그만둘까 봐 불만을 말하지도 못한단다.
현장의 이런 실정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알고나 있나? 알고 있으면서 방관한다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는 가족 복지를 해결하면 자연히 해결된다. 즉 장애인 가족 활동 지원을 허용하면 어머니들이 맞벌이를 못해 줄어든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되고, 그 대가로 어머니가 케어하면 활동지원사 보다 확실하게 자기 자녀를 돌볼 수 있다.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 가족의 휴식과 어머니들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한 제도이지, 활동 지원사 밥벌이 수단이 아니다. 활동 지원사가 있어도 어머니가 있어야 하는 현실에서 이중삼중의 고통을 가족들한테 안기는 이런 제도를 장애인 부모들은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차라리 제도를 없애고 활동지원 예산을 장애인개인에게 지급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복지 정책이 되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장애인 복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장애인 부모단체와 당시 여당 국회의원이 가족 활동 지원을 추진했는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아무도 관심 없이 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전원 장애인 부모라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부모, 장애인 가족 국회의원들은 뭟 하고 있나? 그 많은 장애인 부모 단체들은 왜 침묵하고 있나?
장애인 가족 활동 지원을 반대하는 집단과 보건복지부는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리로 반대하는데, 그럼 활동 지원사들의 근무 형태는 취지에 맞는지 묻고 싶다.
현장의 이런 문제들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다. 활동 지원사 보다 원하는 장애인이 훨씬 많으니까, 활동 지원사들이 편한 장애인을 골라 일하려고 하고, 부모들은 활동 지원사를 파견받지 못하고 있다. 만약 원하는 장애인보다 활동 지원사가 훨씬 많다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니, 활동 지원사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장애인 가리지 않고 파견되지 않겠나.
부족한 활동 지원사들로 인한 부모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대안은 바로 가족 활동 지원으로 양질의 케어를 받으면서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장애인복지 제도는 장애인과 부모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 특정 집단이나 비장애인 밥벌이 수단이 절대 아니다. 장애인과 가족들의 고통 해소를 위해 장애인 가족 활동 지원 즉시 시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도를 폐지하고 그 예산을 장애인 당자한테 지급해야 한다.
활동지원사 파견을 요청한 지 2주가 지났지만 한 군데서도 연락이 없다. 아마도 영원히 없을 것 같다. 활동지원사가 거부하는 80시간, 100시간, 120시간을 배정해 이용할 수 없다면 제도 폐지가 정답이 아닌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답하라. 이 글을 읽는 활동지원사와 파견 기관은 화가 치밀겠지만, 이전에 부모들의 이런 불만과 현장의 부조리부터 시정할 생각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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