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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지마” 장애인부부 가슴에 못 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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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2-16 10:02 조회8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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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지마” 장애인부부 가슴에 못 박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올 한해도 장애계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시끌벅적했다. 

 

30여년 간 시행되어왔던 장애등급제 폐지가 지난 7월부터 시행됐고, 이어 10월에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로 휠체어 탑승 장비를 장착한 고속버스가 시범운행 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들의 삶에 피부로 와 닿지 못한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며 기존 의학적 평가에서, 사회 환경적 요인까지 적용하는 ‘서비스 종합조사표’가 도입됐지만, 정부가 기획한 최대 16.16시간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한 명도 없으며, 그마저도 기존 시간보다 탈락하는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범 운행된 고속버스도 차량이 단 10대에 노선이 4개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등 많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예산 반영과 운영에 대한 로드맵 마련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와 더불어 만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연령제한 폐지, 갈 길이 먼 장애인연금 인상 문제, 부족한 장애인식 문제로 불거진 정치인들의 잇따른 장애비하 발언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이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내년 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총선’을 통해 장애계를 대변할 국회의원을 배출한다면, 그간 소외돼왔던 장애인 정책과 예산에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7개를 선정, 한해를 결산한다. 두 번째는 ‘장애인 모·부성권’이다. 

 

‘장애인이기 이전에 부모이다. 장애라는 벽이 부모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는 없는 일’,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것.’, ‘지능이 곧 사랑의 능력을 저울질 하는 척도는 아닙니다.’ 

 

지적장애인 아버지가 딸을 직접 양육하는 감동적인 영화인 ‘아이엠 샘’이 영화 소개에 달린 댓글 내용입니다. 참 훈훈하기만 한데, 현실은 어떨까요?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최근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실태 관련, 인터넷 검색 포털 3사 기사 댓글 1169건을 분석해봤습니다. 이기적인 장애인에 대한 비난과 혐오형이 26%로 가장 많았고, 우생학적 사유 14%, 동정 18%, 사회적 부담 13% 등의 다양한 내용입니다. 

 

“솔직히 본인 욕심이잖아, 자식 생각은 안 함?…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부모들 때문에 결국 자식 서너명은 어렸을 때부터 본인을 알아서 챙겨야 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가서는 장애부모까지 수발해야 하잖아. 꼭 다큐 같은 것을 보면 지적장애 있는 부모 둘이 자식은 무슨 바퀴벌레 알 까는 것 마냥 겁나 많이 낳은 케이스 많이 보이던데 참..”

 

“나경원 정도 능력 안 되면 포기하고 살어라.”

 

“지적장애랑 시각장애 등 자식 좀 낳지 마라. 그 어린 아기가 태어나서 성인이되서 죽을 때

까지 당신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당한다면 낳고 싶냐?”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는 행복할 추구하며 살아갈 권리, 그중 결혼, 임신, 출산과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자, 생애에서 중요한 과업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장애인의 모·부성권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차별 금지를 명시함으로 장애인의 모·부성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며, 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지만….현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2017년 11월 7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국회를 향해 "장애가 있는 부모와 아이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지역 공동체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키워드로 ‘모·부성권’이 첫 등장했습니다. 양육 사각지대에 놓인 모·부성권 정책 실현에 대한 욕구가 터져 나온 건데요. 왜 이들은 아이를 낳는 것조차 ‘그림의 떡’이어야 할까요?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질문들 앞에서 좌절하기도 했다. ’그 몸으로 임신 할 수 있니?’ ’생리는 하니?‘ 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더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았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것은, 장애 여성에게는 단순히 엄마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넘어 큰 삶의 선택이자 기회이며 실현이 어려운 소망을 깨고 싶은 도전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금기의 영역처럼 존재하는 장애 여성에게 대한 편견을 깨는 일이기 때문이다.-박지주 기고, 그 몸으로 임신할 수 있니? 中-” 

 

올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장애인 모·부성권 증진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인 605명 대상 인식조사 실시 결과, 10명 중 7명이 ’직접 양육이 어려운 장애인 부부는 임신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모‧부성권 보장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건데요. 자녀 두 명을 가진 아버지인 중증 뇌병변장애인 A씨(52세)는 씁쓸함을 토로합니다.

 

“이 사회가 아직은 장애인의 모성권, 부성권 보호를 위한 장치가 없는 것 같고. 장애인 당사자도 부모니깐 당연히 있는 것이고. 저는 이 사회가 장애인의 모성권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주변에 없는 것 같고”

 

이를 반영하듯, 2018년 저소득장애인 장애인 가구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자녀가 없었습니다. 중증장애여성의 경우 아이를 양육하기도 힘든 신체적 어려움과 더불어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아, 실제 아이를 낳은 저소득 장애인 부부가 아동보호소에까지 보내고 있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몇 년 전 취재를 하던 과정에서,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정명숙(43세, 지체1급), 최상민(44세, 뇌병변2급) 부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4년차 부부이지만, 아직 아이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2년이 지나 이들 부부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네. 아직 아이가 없어요. 아이를 낳고 싶은데…”

 

기초생활수급자인 정 씨 부부의 수입은 장애인연금, 생계급여 등 총 190여만 원 정도인데, 병원, 임대비 등 생활비를 지출하고 나면, 5만원밖에 남지 않습니다. 정 씨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억’소리 나는 양육비를 정 씨 부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아기를 낳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어렵습니다. 또 나중에 아이가 커서 배우는 단계에 부모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까 봐도 문제고, 혹시나 유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모‧부성권 보장을 위해 국가 지원이 이뤄진다면 낳고 싶어요.”

 

앞선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이나 출산 이전 혼인에 대해 가족들은 “결혼하지 말고, 그냥 의자매 의형제로 지내는 건 어떻겠냐”고 부정적 반응부터, 임신과정에서는 “애 낳아서 뭐할 거냐”, “애기를 지우라”고 강압적인 태도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양육과정에서는 키즈까페 입실 거부, 차별적 시선 때문에 일 핑계를 대며 아이들의 학교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안함, 아이에게 ‘아이고 장하다’는 불쌍한 시선들까지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장애 엄마가 바라는 것은 딱하나이다. 내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부정적인 장애가 있는 엄마가 아니라, 그냥 현상으로서 장애가 있는 엄마이고 싶고, 최대한 아이를 잘 키우고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박지주 기고, 그 몸으로 임신할 수 있니? 中-”

 

장애인의 모·부성권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부와 모가 가족 내에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더라도 아동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재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시간제의 경우 하루 2시간에 불과해 장애인 부부에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한 자부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저소득의 경우 제대로 이용조차 못해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는 올해 당사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편적 양육서비스 권리쟁취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장애인 모‧부성권. 이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는 행복할 추구하며 살아갈 권리입니다. 오늘도 “애 낳지마”라는 편견, 혹은 육아와의 싸움에서 힘겨워하는 장애인 부부에게 차가운 눈초리를 거두고, 누구나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 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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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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