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차장과 경사로 그리고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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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8-26 11:21 조회7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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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주차장과 경사로 그리고 화장실
천안 빵돌가마마을 뚜쥬루 아쉬운 장애인 편의
오랜만에 딸의 휴가로 아이들과 함께 서울 언니 집을 찾았다가 내려가는 길.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가기는 버거워서 천안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하모니도 가보고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천안 빵가게란다.
빵가게라니, 그냥 여기저기서 만나는 빵가게려니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딸이 찾아간 곳은 그런저런 빵가게가 아니라 빵돌가마마을이었다.
딸이 운전하는 차에는 필자가 아이들과 함께 타고 있었는데 차가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오른쪽에 장애인주차장 3면이 있었는데 모두 비어 있었다.
빵가게에 장애인전용주차장을 3면이나 만들어 놓다니…….
주차장법 시행규칙(시행 2019. 3. 1.) 제4조(노상주차장의 구조ㆍ설비기준)에 따르면 노상주차장에는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라 장애인전용주차구획을 설치하여야 한다.
가. 주차대수 규모가 20대 이상 50대 미만인 경우: 한 면 이상
나. 주차대수 규모가 50대 이상인 경우: 주차대수의 2퍼센트부터 4퍼센트까지의 범위에서 장애인의 주차수요를 고려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
‘주차대수 규모가 20대 이상 50대 미만이면 한 면 이상’이라고 했는데 3면이나 있어서 다음 날 홈페이지를 다 뒤져보아도 전체 주차대수는 알 수가 없어 전화로 주차대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으나 전화 받은 직원도 잘 모른다고 했다.
아무튼 차를 주차하고 빵가게로 들어가는데……. 입구 문 앞에서 정면은 계단이고 오른쪽에 경사로가 있었다.
사실 필자가 편의시설을 점검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전용주차장과 경사로는 저절로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일부러 경사로를 사용했는데 문 앞에 서자 어안이 벙벙했다.
점자 블록은 있었으나 어마무시하게 육중한 쌍여닫이문이 버티고 있었다. 장애인은 고사하고 어린이들도 그 문을 여닫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여닫이문을 겨우 밀고 들어서자 안에는 터치 자동문이 또 하나 있었다.
빵가게에는 손님이 많았는데 이 집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돌가마만주는 있었으나 거북이빵은 벌써 예약이 다 되어 있어서 살 수도 없었다. 빵 값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빵값보다 비싼 편이었으나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빵을 골라 담는 것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면 원체 붐벼서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몇 가지 빵을 골라 담아서 계산을 하고 나니, 손자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다. 화장실은 이층 그리고 지하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밖으로 나와서 빵돌가마를 둘러보니 아래쪽에는 체험실도 있었다. 역시 경사로는 잘되어 있었으나 들어가는 입구부터 턱이 있었다.
건너편 카페로 갔다. 카페 안에도 제법 손님이 많았다. 저녁 무렵이라 대부분의 빵은 다 팔렸는지 진열대는 거의 비어 있는데 남아 있는 빵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빵가게에서 이미 빵을 5만 원어치 정도 사 왔기에 피자 한 조각과 팥빙수 하나를 주문했다.
뚜쥬르에서는 천안지역에서 생산한 팥을 직접 끓인다고 했다. 피자 한 조각, 팥빙수 한 그릇, 그리고 위에서 사 온 빵 몇 개를 꺼내서 먹었다. 팥빙수랑 돌가마만주 등 맛은 있었다. 창밖에는 베란다도 있었고 그 아래 잔디밭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카페도 경사로는 있었지만 문은 육중한 쌍여닫이문이었다. 혹시나 해서 화장실을 가 봤더니 화장실은 1층에 있었으나 장애인 화장실은 없었고 일반 화장실은 문이 너무 좁아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어림도 없었다.
뚜쥬르(toujours)는 프랑스어로 언제나, 항상이라고 하는데 필자가 뚜쥬르에 전화로 문의를 했을 때는 ‘느리게’라고 했다.
뚜쥬르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더니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뚜쥬루는 느리게, 더 느리게를 슬로건으로 방부제, 색소, 광택제 등 화학 첨가물을 배제한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천안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여 안전하고, 건강에 가치를 부여한 빵을 만들고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뚜쥬르?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라 싶었더니, 뚜레쥬르와 비슷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았더니 뚜쥬르가 먼저 생겼고 뚜레쥬르가 나중에 생겼는데, 유사상표로 시비가 붙었으나 뚜레쥬르가 천안지역에는 분점을 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뚜쥬르에서 양해를 해주었단다.
뚜쥬르에도 체인점 문의가 많은 모양인데, 튀김기름을 하루만 사용하라, 국산 팥을 사용하라, 생크림케이크는 12시간만 판매하라, 샌드위치는 유기농야채를 써라 등의 명품베이커리를 위한 경영철학을 따라 주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뚜쥬르는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장인정신으로 20년 장인이 국산 팥을 직접 끓이고, 빵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기술인이 빵을 만들고, 지역향토 기업으로 천안지역의 고교생 진로체험과 고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재능 기부를 통하여 천안의 지역 발전과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뚜쥬르 빵돌가마마을은 넓은 터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인터넷에 올라 온 글들을 보면 매출도 상당한 것 같다. 그리고 장애인전용주차장과 경사로는 잘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장애인화장실은 아예 없고 육중한 쌍여닫이문에다 곳곳이 턱이라 중증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필자가 뚜쥬르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빵에 대한 이야기만 있고, 빵돌가마마을의 넓이나 주차대수 등 시설에 대한 것은 찾을 수가 없어 결국에는 전화로 문의를 했었다.
전화 받은 직원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장애인전용주차장과 경사로는 어떻게 설치하게 되었을까. 이왕이면 장애인화장실 등 다른 편의시설도 설치했으면 좋았을 것을.
유명한 가게 혹은 명소 건물 등을 다시 개조하거나 새로 건축할 때 반드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엄격한 준공 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배리어 프리나 유니버설 디자인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무장애 사회 실현을 위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실천한다면 세상은 좀 더 편안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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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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