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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보다 사람을 먼저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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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02 11:25 조회5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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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보다 사람을 먼저 보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남긴 “네 ㅇㅇㅇ 입니다."

"거기... ㅇㅇㅇ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말씀하세요.”

 

빨리 통화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민호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탓에 같은 말을 반복하며 확인했다.

 

“저 ㅇㅇㅇ 맞아요?”

“네”

 

궁금했던 내용을 전달하고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눌한 말투의 속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만 천천히 답변해주세요...”

 

천천히 상냥하게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려고 하는 그녀의 마음이 보였다. 조금 어눌한 말투에 담긴 친절한 표정이 그려졌다.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신가요?”

“네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소가 함께 하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소가 함께 하는 좋은 하루... 민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늦잠 탓에 아침도 거르고 점심을 급하게 먹은 탓인지 오후 내내 속이 불편했다.

 

퇴근시간만 기다리던 그의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는 그의 장기들은 누군가 뒤틀어버리는 것처럼 아팠다.

 

안색을 살피던 건너편 동료는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할 수없이 조퇴를 한 그는 병원 침대에 누워 링거를 꽂고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죽을 것처럼 아프던 배는 의사의 새하얀 가운만 봐도 조금은 진정되고 안심이 되는 이유들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미소가 함께 하는 좋은 하루 보내라고 했는데... 그러겠다고 대답했는데...”

 

혼잣말을 하며 또 피식거렸다.

 

“민호야, 너 ㅇㅇㅇ에 전화해서 이것 좀 다시 물어봐라. 잘 이해가 안 가는구나...”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민호는 다음날 다시 ㅇㅇㅇ에 전화를 걸었다.

 

“네 ㅇㅇㅇ입니다.”

 

또박또박 전해지는 직원의 말투가 반갑지 않았다.

 

용건을 마치고 민호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저... 거기 직원분 중에 말이 살짝 어눌하신 분이 계시지 않나요?”

“아... 왜 그러시는지... 혹시 불편하신 점이 있으셨는지요...”

“아... 아뇨, 지난번 통화 때 친절하게 잘해주셨는데... 궁금해서요.”

 

"문의하신 내용에 관련되는 것은 그분 담당인데 오늘 몸이 안 좋아서 결근하셨어요."

 

민호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건강이 궁금해졌다.

 

“어디가 아픈 거지?”

 

 

며칠 후,

 

“아침부터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계세요?”

“오늘 ㅇㅇㅇ 가서 이 서류 좀 내고 와야 해서.”

"제가 갈게요”

“넌 회사 가야 하잖아.”

“저 오늘 반차 내고 오후에 일 좀 보려고 했어요. 제가 갈게요.”

 

민호는 어머니의 손에 들려진 서류를 냉큼 들고 후다닥 집을 나섰다.

계획에도 없던 반차를 내고 그녀가 있는 ㅇㅇㅇ으로 달려갔다.

점심시간이 막 끝난 그곳은 조용했다.

 

“저... 서류 좀 내려고 왔는데요..”

 

민호는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데스크에 앉아있는 직원을 향해 말을 건넸다.

 

서류를 확인하고 다른 직원 쪽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익숙한 말투... 전화기 너머로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조금 어눌했지만 맑고 아름다웠던 목소리만큼이나 예쁜 미소를 보내며 민호 앞에 있는 그녀를 보며 반차까지 내며 달려온 자신의 행동을 잘했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서류를 건네고 민호는 솔직하게 마음을 건넸다.

 

"저... 괜찮으시면 퇴근 후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퇴근시간을 알려주었다.

 

퇴근하고 민호 앞에 있는 그녀를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커피를 홀짝거렸다. 이 진영... 그녀의 이름이다. 

 

진영은 자기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만난 낯선 그림자의 위협으로 인해 생긴 상처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했고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가 남았다는 말에 민호는 화가 나고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진영이 안쓰러웠다.

 

마침 순찰을 하던 경찰차로 인해 그 낯선 그림자의 나쁜 의도는 피할 수 있었지만 목을 스치고 지나간 흉기는 지금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다.

 

“말투가 조금 어눌하다 보니 편견의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많은데... 민호 씨는...”

 

“사실 처음에는 야외에서 전화를 하다 보니 다른 소음 때문에 진영 씨 말을 잘 못 알아듣기도 해서 답답한 마음도 있었어요. 그냥 말을 왜 이렇게 하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으려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사람마다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은 다 있잖아요. 제가 시력이 안 좋아서 렌즈를 착용하는 것처럼... 그보다... 목소리가 너무 예쁘셔서 전 그게 더 크게 신경이 쓰였어요~하하”

 

민호는 어머니를 대신해 반차까지 내고 계속 맴도는 목소리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왔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더 미인이라 더 좋다는 말도. 정말 민호의 마음을 몽글거리게 만든 것은 미소 짓는 좋은 날 보내라는 말이었다는 것도 덧붙였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고.

 

“고마워요. 너무 좋게만 봐주셔서... 민호 씨처럼 장애인을 만나도 편견 없이 바라봐 주는 이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전화를 받다 보면 말 좀 똑바로 하라고 화를 내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제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시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쨌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기본 예의는 지키면 좋을 것 같아요.”

 

진영과 대화를 하다 보니 민호는 진영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싶었습니다.

 

“자주 뵙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의미이신가요? 자주 만나자는 말씀이...”

“네 맞습니다.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그런데 죄송해요... 저는 신랑이 있어요.”

“예?”

 

민호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고3 때 겪은 충격과 남은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진영 옆에서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만이 아니었다. 

 

그날 그곳을 지나가던 경찰차에 타고 있던, 첫 근무를 나온 재준도 진영이 몸을 회복하고 2년의 공백을 지나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하는 모든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봐 준 사람이었다. 3개월 전 결혼을 했다는 말을 듣고 민호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역시... 저렇게 예쁘고 착한데 혼자일 리가 없지...”

 

결혼만 하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잡고 싶은... 처음으로 마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악수를 하며 건네는 그녀의 미소와 함께 힘든 순간에도 그 한 가지의 힘든 일만 바라보지 말고 나머지 수많은 좋은 것들을 생각하며 행복을 놓치지 않는 매일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말이 오래도록 민호의 심장을 뛰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그 어떤 편견도 갖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진영의 예쁜 미소와 함께 마음에 받아들었다.

 

민호는 3년이 지나고 봉사활동에서 만난 수지와 함께 하며 그녀와의 소통을 위해 수화를 배우고 있다.

 

예쁜 미소가 아름다운, 마음이 따뜻한 수지를 보며 민호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 진영이 말했던 것처럼 미소 짓는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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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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