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확대요? 장애인이 바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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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1-04 09:53 조회7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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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 확대요? 장애인이 바보입니까
등급제 폐지 후 ‘등급외’…“기준 바뀐 것 없다”종합조사 고시개정위 시작…내년 개정안 목표
“문재인정부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맞춤형 지원을 해주겠다고, 장애인이면 누구나 활동지원 신청하라고 선전을 엄청 하더니 결국 달라진 건 없더라고요. 제가 큰 것을 바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부산 북구에 거주하는 정순모(52세, 남)씨는 본격적인 통화에 앞서 한숨부터 ‘푹’ 내쉬었습니다. 순모 씨는 선천적 소아마비로,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 지체장애 5급으로 생활해왔습니다. 오른쪽 다리와 팔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그는 현재 전동스쿠터를 타고 있으며, 현재도 조금씩 뇌성마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5년 전 의료사고로 인해 장루장애 4급까지 합쳐져 중복3급인 중증장애, 즉 정부 기준으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입니다.
6년 전 암으로 부인과 사별한 후, 기초생활수급자로 22살의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순모 씨는 조금씩 몸의 근육이 빠지는 등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특히 가사일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어 ‘활동지원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을 목적으로 합니다.’ -장애인활동지원 홈페이지 속 사업 목적-
하루가 다르게 근육 힘이 빠지고 있는 순모 씨는 식사준비와 청소 등 가사활동이 버겁지만 아침 일찍부터 집을 떠나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부탁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더욱이 장루장애로 식사 관리가 필수여서, 전통시장에서 일일이 구입해 사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장루주머니가 터질 경우, 집 밖에 나올 수 없고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2시간 정도라도 가사를 도와줄 활동지원사가 필요했습니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몰라도, 저에게는 절실했던 생존권과도 같습니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점수 조작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 모습
순모 씨는 장애등급제 폐지 후인 지난 9월 중순, 종합조사가 도입된 활동지원을 신청했습니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란 정부의 홍보를 보고 희망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연금공단 조사원이 자택에 방문해 종합조사표에 의한 문항을 체크하고 갔지만…. 결과는 ‘등급 외’판정을 받았습니다.
‘왜 떨어졌냐. 내 점수가 몇 점이냐’에 대한 질문에도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활동지원 심사위원들만 점수를 안다고 합니다. 기존 4등급에서 15등급으로 늘어나 촘촘히 활동지원을 주겠다더니, 결국 말만 바뀌고, 심사기준은 바뀌지 않아서 기존 1,2급 정도만 시간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보기 좋게 선전만 열심히 하고…. 장애인들만 바보가 된 것 아닌가요?”
순모 씨는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필요한 조금의 시간만 달라”고 몇 번이고 힘줘 말했습니다.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사일 해소를 위해 하루 2시간정도만이라도 활동지원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현재 그는 이의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이 필요한데, 밥숟가락을 들 수 있다는 이유로 예산으로 잘라버리니까. 비참하죠. 비참해요.”
지난 8월 21일 보건복지부는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 50일, 장애인 삶의 변화 나타나다!‘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활동지원의 월평균 지원시간이 20.7시간 늘었고, 기존에 신청 자체가 제한됐던 경증장애인 395명 중 221명이 평균 86.9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게 됐다고 홍보했습니다. 중증장애인 또한 2220명 중 1741명이 평균 99.9시간의 활동지원을 수급 받게 됐다고 했고요.
구체적 사례를 보면, 경증의 지체장애가 있는 이 모 씨(54세)의 경우 척추장애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옷 갈아입기나 식사준비 등이 힘들었는데, 하루 3시간 정도의 활동지원 덕에 음식도 잘 챙겨먹고, 병원도 한결 수월하게 통원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를 동반한 전 모 씨(58세)의 경우도 일상생활 능력과 의사소통 어려움을 호소하다, 하루 3시간 정도를 지원받게 됐고요.
혜택을 받은 사람이 있는 반면, 479명의 중증장애인은 순모 씨와 같이 활동지원이 필요함에도, ‘등급 외’ 판정을 받았습니다. 복지부가 자화자찬하는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 구축’ 안에서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 겁니다.
최근 27개의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UNCRPD NGO연대가 작성한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초안을 살펴보면, ‘활동지원서비스 신청대상만 확대됐을 뿐 심사 기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서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심사기준을 완화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에 복지부는 종합조사 개선사항을 검토하기 위한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를 구성, 지난 10월 28일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위원회는 종합조사, 활동지원 제도개선 관련 장애유형별 폭넓은 의견수렴 및 실질적 논의를 목표로, 내년 6월까지 고시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총 1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속 장애계 관계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영일 부회장,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강윤택 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 등 6명입니다. 이외 정부, 학계 등으로 구성돼있고요.
부인의 간병 전에는 지역 장애인단체 활동도 했다던 순모 씨는 인터뷰 말미에 “장애인단체는 나라에서 지원을 받으니까 이 문제에 대해 나서질 않아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만 빼고요. 장애인단체가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을 대변해줘야 하는데…저희는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라고 맺었습니다.
복지부가 말하는 ‘평균적으로, 대부분 혜택이 늘어났다’는 말 속에는 ‘대부분’과 ‘평균’에 속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분명 있습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장애인단체가 이 점을 분명히 기억해진정한 의미의 장애등급제 폐지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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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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