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31년간 험난했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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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01 13:54 조회6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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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31년간 험난했던 여정
1988년 5개유형 등록 시작, 재심사 사태로 등장18대 대선 공론화…장애계-정부 끝없는 줄다리기
2019년 7월 1일 31년 만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며, 장애인정책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장애인에게 의학적 기준의 등급을 매겨 사회적 낙인을 찍고 있는 ‘장애등급제’에서, 장애인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목적입니다.
오랜 세월 장애인 서비스 기준으로 활용돼왔던 ‘장애등급제’. 그 험난했던 31년간의 여정을 정리해봤습니다.
장애등급이 처음 규정된 것은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제정 후, 1982년 ‘심신장애자복지법 시행규칙’에서 심신장애자의 장애등급이 규정되면서입니다.
당시 심신장애자의 장애유형은 ▲지체부자유자(팔, 다리, 몸통) ▲시각장애자 ▲청각장애자 ▲음성 언어 기능장애자 ▲정신박약자 등 5개 였습니다.
1987년 보건사회부(현재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과 체계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0월부터 1년간 서울시 관악구, 충북 청원군에서 장애자등록을 시범 실시했고, 1988년 11월부터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 정한 모든 심신장애자에 대해 전국 읍면동사무소에서 장애등록을 받게 됐습니다.
이후 1989년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을 통해 장애등급제가 제도화됐으며, 1998년 장애등급 사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해석해 정확하게 장애등급을 판정하도록 ‘장애등급판정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장애등록제와 등급제 도입 전에는 장애인을 위한 지원과 제도가 거의 전무했는데요. 장애등급제가 장애인복지 지원의 기본적 토대로 서비스 지원에 대상자와 지원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되며, 장애인복지 정책의 큰 축이 돼 장애인 지원을 위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처음 5개에 불과했던 장애유형은 2000년 10개로, 2003년 현재와 같은 15개 유형으로 확대되고, 등록장애인구 또한 1989년 당시 17만6687명에서 2017년 254만5637명으로 약 14.4배 증가했습니다.
▲ ‘장애등급제 폐지와 사회서비스 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장애등급제폐지 공대위)’가 2010년 7월 3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출범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요?
2007년 정부는 장애등급심사제도를 도입해 장애등급판정의 객관성을 제고하고자 판정 절차를 변경하고, 재심사를 의무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2007년 이전에는 장애인등록을 원하는 장애인의 경우 각 장애유형별로 지정된 전문의에게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 장애진단을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면 등록, 별도의 등급심사가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짜 장애인’ 문제가 발생하자, 재심사라는 칼바람이 몰아친 겁니다.
정부는 중증장애수당액 상향 조정(기초수급자 월 7→13만원)을 계기로 2007년 4월 국민연금공단에서 중증장애수당 신청인에 대해 장애등급심사를 적용했습니다.
이어 2010년에는 1~3급 신규 등록, 장애등급 조정, 장애 재판정대상자까지 확대하고, 그 해 7월에는 신규 도입한 장애인연금 신청자, 2011년에는 등급에 관계없이 전면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더욱이 2011년 활동지원서비스가 도입되면 장애등급 재심사에서 1급을 지켜내는 일이 매우 중요했지만 현실은….
국민연금공단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월 말 장애판정 누적건수 10만3957건 중 35.9%가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죠.
장애등급 하향 조정으로 서비스 지원 축소에 직면한 장애인의 불만이 불거진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활동지원 급여 수급 대상을 1급 장애인만으로 제한하다니.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주장이 터져나온 겁니다.
2010년 4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성명을 내고 “장애등급심사의 목적은 예산의 절감과 복지축소일 뿐”이라며 “장애인의 몸에 저울을 달아 등급을 매기는 차별적 시스템은 즉각 해체돼야 한다”며 첫 문제제기를 시작했으며, 그 해 7월 장애계가 ‘장애등급제 폐지와 사회서비스 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장애등급제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갔습니다.
특히 전장연은 9월 장애등급심사센터를 점거, 5일간의 농성 끝에 복지부로부터 장애인계와 함께 장애등급제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약속을 받게 됩니다.
복지부는 2010년 11월부터 장애계와 학계 전문가 및 정책수행자 등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 개편단’을 운영했으며, 그와 더불어 장애등급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지부진한 상황을 지켜보던 장애운동진영에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보다 공론화하기 위해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공행동’을 출범, 8월 21일 경찰과의 오랜 대치 끝에 광화문역 농성장을 확보했습니다.
이 농성장은 2017년 8월 25일,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농성을 찾아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민관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마무리됐습니다.
1842일간 광화문역 농성장은 장애등급제 폐지가 대선공약으로 채택돼 본격적인 정책 의제로 부각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애인분야 1번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채택하며, 드디어 그 변화가 시작된 겁니다.
▲ 2017년 8월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화문역 농성장을 찾아 장애등급제 민관협의체 구성을 약속하며, 5년간의 농성이 막을 내렸다. 하. 지. 만 장애등급제 폐지로 가는 길은 ‘가시밭길’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장애등급제 개편을 국정과제로 제시함에 따라, 복지부는 장애계 대표, 복지 의료 재활학계 전문가 등으로 ‘장애판정체계기획단’을 운영, ‘중증/경증 단순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며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원칙에 대해 합의하며 종료했습니다.
2014년에는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추진단’을 새롭게 구성했는데요. 총 24명의 위원 중 장애인단체 4명에 불과해 폐쇄적 운영방식을 이유로 일부 민간위원이 사퇴하기도 했죠.
우여곡절 끝 복지부는 2015년부터 1차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 2차 시범사업, 2017년 3차 시범사업을 진행해 장애등급제 폐지 후 적용할 종합판정도구 및 전달체계 모형의 타당성을 검증했습니다.
이후 2017년 10월, 1842일간의 광화문역 지하농성 끝에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가 구성, 본격적인 장애계와 정부의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 마저도 쉽진 않았습니다.
장애인단체 측에서 장애등급을 정도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장애인연금 대상을 전체 3급으로 확대, 예산 반영 규모 등을 우선적 합의하자고 했지만, 협의 없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시급 법안으로 올려져 속단속결로 통과된 겁니다.
더욱이 복지부 3차 시범사업 결과, 활동지원 하루 24시간은 불가능하며, 시각장애인의 경우 평균 9.12시간의 급여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장애계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을 선포했습니다.
부랴부랴 복지부가 지난해 9월 장애인단체를 대상으로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된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방향과, 활동지원 등의 종합조사표를 내놨지만, “장애유형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만 받았고, 다시 올해 4월 수정된 종합조사표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뤄집니다. 장애등급에 의한 획일적 서비스가 아닌,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정책의 취지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까요?
복지부는 지금까지 장애계와 77차례 만났고 15번 기초연구, 3차례 시범사업을 시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도발전위원회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곧바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가 최소화돼 장애등급제 폐지의 기본 목표이자, 정부가 약속했던 ‘장애인 중심의 맞춤형 지원체계’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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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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