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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이름 하나로 안아준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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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7-22 09:19 조회6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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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이름 하나로 안아준 가족들

 

태어날 아기 생각하며 수인은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가족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랑이 누군가의 이해를 바라며 시작했던 것은 아니지 않나?"

 

진호와 수인이는 한 시간이 넘도록 같은 주제를 들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누구는 참 쉽게 사랑하고 아무 문제없이 결혼을 하는데 진호와 수인은 그 사랑이 참 힘들다. 이렇게 힘든 사랑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수인의 말에 진호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어렵게 시작한 사랑을 너무 쉽게 내려놓으려는 수인의 그 사랑이 정말 사랑이었는지도 궁금해진다.

 

"너... 나 사랑하기는 한 거야? '힘들 텐데... 걱정된다'라는 말에 이렇게 발끈하는 너!"

"......"

 

몹시 불쾌해진 수인은 마시던 레몬티를 던지듯 테이블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진호에게 등을 보인다.

 

"늘 그랬어, 넌."

 

작은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수인은 지금처럼 그랬다. 대화의 줄을 잘라버리고 진호에게서 등을 보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런 수인에게 지친 진호는 잡고 싶은 마음과 달리 차가운 말을 던지고 더 이상 수인의 등을 돌리기 위해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너도 그랬어, 늘."

 

그런 진호를 향해 수인도 말을 반사하고 나가버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수인은 눈물을 그렁거리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거칠게 차를 몰며 진호에게 말하지 못했던 지난 주말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 기억을 타고 그동안 진호의 가족들로부터 들었던 가시 같은 말들이 또다시 수인의 심장을 찔러댔다.

 

"둘 다 그럼 나중에 애라도 낳으면 어떻게 키울래?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누가 업고 뛸래? 우리 진호는 그래도 남자야. 여자는 장애가 있으면 그만큼 결혼생활이 더 힘들어, 나도 이런 말까진 하기 싫었다. 나도 장애 있는 진호 키우며 힘들었고. 그런데 너네들이 너무 철없이 그러니까..."

 

같은 장애를 가졌어도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말을 진호 어머니는 참 직설적으로 했다. 진호 어머니도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수인이 먼저 진호에게서 돌아서지 싶은 깊은 속내가 있었다.

 

진호 어머니의 가시 돋친 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진호 앞에서는 친절한 미소를 보이지만 진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그랬다. 이번이 조금 더 심했을 뿐이다. 진호 어머니는 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헤어지기를 바랐다. 

 

진호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심한 말을 한 것을 모르는 진호는 수인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주말 이른 아침 진호는 수인을 찾아갔다. 수인은 집에도 없고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았다. 진호 어머니는 진호 앞에서 수인이 몸이 약해서 힘들 텐데 걱정된다는 말을 했다그 말을 수인에게 했을 뿐인데 이렇게 발끈하는 수인에게 이제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기를 향한 마음이 식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싫어졌으면 싫어졌다고 말해! 엉뚱한 트집 잡지 말고!"

 

진호의 문자에 수인의 마음이 더 무너져내린다.

 

"마마보이.. 바보.."

 

진호가 없는, 그 누구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 사랑을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용기를 내고 진호 손을 더 굳게 붙들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여행, 그곳에 던져진 진호의 철없는 말이 수인을 더 슬프게 만든다.

어떤 답도 얻지 못한 체 수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진호야, 너 수인이랑 어떻게 할 생각이니..."

"모르겠어요. 전, 수인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진호 어머니는 조용히 진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수인을 찾아갔다. 서로를 위해 수인이 먼저 마음을 접어달라고 부탁했다. 가시 돋친 말보다 진호 어머니의 눈물이 더 수인의 심장을 찔렀다. 

 

마음에도 없는 말과 있지도 않은 사람까지 만들어가며 수인은 진호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호는 수인의 배신을 저주하고 원망했다.

 

7년 뒤,

 

수인은 회사에서 만난 기영과 1년을 연인으로 지내다 결혼했다. 기영이 죽을 만큼 좋은 것도 마음이 절절하게 애틋한 것도 아니었지만 늘 편안함을 주는 그의 따스한 배려가 좋았다. 

 

기영이라면 세상 어떤 것에서든 자신을 사랑으로 지켜줄 것만 같았다. 3년 전 혼자가 되신 기영의 어머니는 결혼에는 어떤 다른 조건도 따져서는 안된다는 말을 결혼을 망설이던 수인에게 해주었다.

 

기영의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둘이 사랑으로 하나 되면 그 어떤 어려움도 다 이겨낼 수 있다는 말로 수인을 안아주었다. 어쩌면 수인은 기영보다 그런 어머니가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달달한 신혼 재미에 빠져있는 수인은 오랜만에 만난 민정에게서 진호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림을 전공한 진호는 수인과 헤어진 후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6개월 전 귀국하고 개인전을 연다고 했다. 아직 혼자라는 말도.

 

수인과 헤어진 후 진호 어머니는 빨리 진호가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진호는 수인의 자리에 그 누구도 들일 수 없다며 고집을 피우다 훌쩍 유학을 떠난 버렸다.

 

2년 전 진호 어머니가 수인을 찾고 있다는 말을 건너 건너 들었지만 민정은 수인에게 전하지 않았다. 수인이 또 다른 상처를 받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둘을 갈라놓으려 했던 사람이 다시 찾는 그 이기적인 마음이 너무 싫었다. 수인에게 이제야 민정은 2년 전 진호 어머니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것을 털어놓았다.

 

"그때 내가 말했어야 하는 거니? 아니지?"

"응... 네가 전했어도 난 절대 만나지 않았을 거야. 진호 어머니 덕분에 나 지금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 만났고 기영 씨도 그렇고. 행복해."

 

"그래. 진호도 너 찾았어. 한국 들어올 때마다. 근데 연락 안 된다고 했어. 이번에 들어와서 또 연락 왔길래. 결혼해서 잘 산다고 했어. 축하한데. 전시회 놀러 오라더라."

"그래..."

 

수인은 전시회 마지막 날 진호에게 갔다.

 

"축하해..."

"나도 축하해."

"그때는 미안했어... 그게... 그때는..."

"수인아.. 알아, 너 그렇게 나 떠나고 괴로워서 맨날 술 먹고 다니며 너 원망 엄청 했는데 어느 날, 민정이가 얘기해주더라."

"아... 들었구나..."

"미안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너만 원망했던 시간, 그리고 너 힘들게 했던 거. 지금 많이 행복하다고 들었어. 잘 된 거지. 나랑 계속 만났으면 넌 지금도 우리 엄마 때문에 힘들 거야. 민정이가 우리 엄마 얘기하며 너 힘들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 한국 들어올 때마다 너 찾았어.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어서."

"아냐, 어머님... 이제는 이해해. 다 잊었어."

 

수인은 저녁 자리에 초대하는 진호를 뒤로하고 기영이 있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체한 듯, 명치끝이 늘 답답하고 쓰리던 돌덩이가 쑥~하고 내려간 느낌이다.

 

오래전에 진호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털어버렸지만 이별의 방법이 진호를 너무 아프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는 그 마음마저도 가벼워졌다.

 

사랑, 그 이름 하나로 수인의 모든 것을 안아주는 기영과 어머니 그리고 내년에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며 수인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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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선영  (faith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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