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 장애인배우, “감동했다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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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6-04 09:19 조회7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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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 장애인배우, “감동했다 말하지 말라”
공연하는 이유? 장애극복 아닌, 소수자 이야기
‘쉽게 눈물을 보이지 마시오.
쉽게 감동했다 말하지 마시오.
단 한번으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시오.
공연하느라 힘들 거라고 하지 마시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휠체어에 앉아 있지 않고 무대 위에 나타날 때 나의 몸이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나의 공연은 단지 그 이유만으로 예술일 수 있는 걸까요?”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가 지난 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에서 열린 서울문화재단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공존을 그리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휘청거리거나 꼬였거나, 부정확한 발음과 타이밍…. 춤추는 허리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배우들의 몸을 보며 긴장한다. 과연 공연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건지 의문을 품게한다.
넘어질까, 다칠까, 실수할까, 혹은 무언지 모를 불안함으로 장애여성 배우의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는 관객을 발견한다.
춤추는 허리는 ‘보여주는’ 주체가 되기는 어렵고 ‘보여지는’ 존재일 뿐인 이들이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공연 제작이 목표다.
장애여성인 춤추는허리 서지원 연출은 “연극을 하고 나면 관객들이 ‘장애인 같지 않아요’, ‘사랑합니다’, ‘너무 감동적이이에요. 라는 말을 합니다. 우리가 무대위에 올라가면 관객들은 무엇을 얻고자 해요. 왜 그럴까요?”라고 되물었다.
서 연출은 “저희는 장애여성의 독립육아, 섹슈얼리티 등 다양한 주제를 무대위에서 보여주고 있다”면서 “저희는 공연을 하기 위해 누군가가 기획을 맡아 연출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장애여성이 무대 위에 올라가 공연하는 행위를 “장애를 극복하거나, 저의 장애를 삭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고민과 나의 이야기, 우리가 같이 이야기하기 위해 공적인 무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대위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는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관객들과 같이 얘기하고, 고민하고, 같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 위해 공적인 공간인 무대를 선택했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고, 비틀 비틀하게 오늘도, 내일도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맺었다.
극단 애인 김지수 대표는 지난 2007년 극단 애인을 창단 후, '고도를 기다리며', ‘전쟁터 산책’, '장애, 제3의 언어로 말하다' 등의 공연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중증의 지체, 뇌병변장애인들로 구성돼있는 극단 애인은 장애에 맞는 움직임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뇌병변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고 있고, 수동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단원도 있다. 속도가 다르고 언어를 전달하는 시간이 다르다”면서 “비장애인과 서로가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 애인의 대표작은 고전을 재해색해서 풀어낸 '고도를 기다리며'다. 김 대표는 “극중에서 인물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세계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것이 장애였다. 그렇기에 장애가 있는 배우들이 신체적 자부심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 신체가 무한한 가능성과 교차성이 있다. 연극을 할 때 어떤 인물이 장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우리 옆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듯이 역사적인 인물에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인물에 대한 생각 확장과,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사회에 전달할 수 있다”며 장애예술의 가능성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장애인예술을 있는 그대로 잘 봐주시고, 수많은 가능성을 함께 열어갈 수 있는 좋은 창작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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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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