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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가 행복한 장애체험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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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3-18 09:29 조회6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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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가 행복한 장애체험은 안 된다

 

단순 이벤트성 아닌 실효성 있도록 노력 해야 할 것부정적 ‘환경과 시선’ 힘듦 이해하게 만드는 것 중요에이블뉴스,

 

인터넷에서 보게 된 한 초등학교의 문제지에는 아프리카 빈곤 아이가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 사진이 실려 있고, 이 아이와 자신을 비교해보고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설명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어 있었다. 

 

이에 대한 학생의 답이 걸작이다.

"남의 아픔을 보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이 아픔을 해결해 주려 하고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 내고 있는, 현시대는 타인과의 비교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학교나 실적이 개인의 능력이 되고 이는 경쟁의 도구가 되는 회사처럼 비교는 성장하는 동안 늘상 겪게 된다. 심지어 형제간에도 비교는 빈번하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이런 경쟁이 만연한 시대라 할지라도 타인의 아픔이나 불행을 보고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인지를 위안 받으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궁색한 환경에 대해 감정적 비교를 할 게 아니라 처한 상황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법정 필수 교육으로도 지정되었다. 사실 그전에도 교육과 체험 등 다양한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기는 있었다.

 

특히 '장애 체험'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불편을 체험으로 몸소 느껴보는 역할 체험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잠깐 타보고 안대로 눈을 가리고 흰 지팡이를 들고 귀를 틀어막고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으로 장애인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체험은 결국 초등학교에서 낸 문제처럼 '장애인의 불편함과 불쌍함을 몸소 겪어 보면서 내가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한지 깨닫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를 구분 짓는.

 

이렇게 잠깐 경험하는 장애 체험을 통해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하지 않은 것보단 잠깐이라도 하는 게 나을 수 있겠지만 타인의 극단적 불편함만 부각시킨 이 잠깐의 시간이 비장애인의 장애인식 변화를 얼마만큼이나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집중해서 불편함만을 극대화하는 체험은 타인의 아픔으로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정도일 뿐이다.

 

'저런 몸으로도 열심히 사는데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식의 대상화는 장애인식 변화에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체험보다는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사회 환경적이나 시선의 불편함을 제거하는데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분명하고 확실한 내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체험마저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말해야 할까? 이렇게 내 신념이 어정쩡해진 이유는 한 대학생과의 만남을 통해서다.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려면 미리 신청을 하고 찾아오는 게 일반적인데 어느 날 한 학생이 봉사를 하겠다고 무작정 복지관에 찾아왔었다. 불시에 들이닥치기도 했지만 혼자 온 터라 딱히 시킬만한 봉사가 없었다.

 

돌려보내려는 걸 눈치챘는지 다급하게 체험이라도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마침 장애인차별금지캠페인을 준비하던 중이어서 복지관 앞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수동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캠페인에 동참 했다.

 

"여기서부터 2Km 좀 넘는 곳에 다녀올 거예요. 휠체어를 처음 타본다니 힘들 수는 있겠지만, 이 순간부터 학생은 장애인이니까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종료할 때까지 일어서면 안 돼요. 그리고 가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해 봐요. 할 수 있겠어요?"

 

"네.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학생에게 주어진 미션은 턱이나 경사 등 힘든 문제가 닥치면 비장애인을 드러내지 않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스스로 해결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체험이 다 끝난 후 땀이 범벅이 된 학생에게 물었다.

 

"어땠어요?"

 

학생은 초봄이지만 아직 한기가 도는 날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렸다. 생전 처음 타 본 휠체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불평불만을 하소연할 거라고 예상했다. 대부분 휠체어 타기가 힘들었다고 열심히 했음을 늘어 놓는 편이다. 하지만 학생의 대답은 뜻밖이었고 심지어 놀라웠다.

 

"음.. 이런 표현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 몸이 힘든 것보다 모멸감이 느껴져 힘들었어요. 이렇게 매일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은 기분이 어떨까 상상이 안 돼요."

 

학생의 놀라운 대답을 정리하면 이렇다.

 

처음 타보는 휠체어로 아주 얕은 턱도 넘어가지 못해 낑낑거리는 자신이 초라했고 이런 상황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는 부끄러움과 대부분 마지못해 부탁을 들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횟수를 더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져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이를 악물고 휠체어를 굴렸다. 이런저런 마음은 결국 모멸감이었다는 것이다.

 

일상이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라는 게 상상이 가는가? 우리의 무심함 혹은 무관심으로 누군가는 그런 일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와 관계없다라거나 내 일이 아니라는 '무심코'는 결국 알면서도' 한사코' 모른 채 하게 되는 비정함을 만들게 된다.

 

비장애인의 인식의 변화를 위해 장애체험을 꼭 해야 한다면 편평한 체육관이나 공원에서 무리를 지어 이벤트처럼 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휠체어를 타는 게 힘든 게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겪게 되는 환경과 시선이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장애인이라서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라는 말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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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민권  (djanmo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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