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둔 장애인의 날, 장례식장된 세종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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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4-22 09:14 조회7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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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둔 장애인의 날, 장례식장된 세종대로
입관·장례행렬 퍼포먼스…‘진짜’ 등급제 폐지 촉구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 참석 후 1박 노숙투쟁 돌입에이블뉴스, ▲ 19일 제도의 사각지대 때문에 숨진 장애인들의 영정을 든 활동가들이 세종대로를 행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저는 유언장을 남깁니다. 정부의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 ‘조작’ 서비스 종합조사표 앞에서 죽어간 동료들의 억울한 그 길에 잠시나마 함께하려 관에 들어갑니다.”
장애당사자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유언장을 낭독했다. 5분 남짓 유언장 낭독이 끝난 후에는 입관식이 진행됐다.
마른 흙색의 관에 장애인이 누었고 상여꾼은 그 위에 현수막을 차곡차곡 쌓았다. 현수막에는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서비스지원 ‘조작’ 종합조사표, ‘가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등이 적혀있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19일 오후 2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전국에서 상경한 회원 4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장례식”을 진행했다.
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환경과 욕구를 반영하기 위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한다. 종합조사는 장애인활동지원, 보조기기, 응급안전, 거주시설 입소 총 4가지 돌봄 영역에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개된 종합조사표는 기존 장애등급제와 동일한 의학적 관점으로 구성됐다는 게 420공투단의 주장이다. 즉 장애인 당사자의 기능제한 수준만을 평가하고 가장 중요한 욕구는 반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권유린이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신규입소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으며 성심재활원, 부산동향원 등 범죄시설에 대한 폐쇄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핵심서비스인 주간활동지원은 부족한 서비스 시간으로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420공투단은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와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장례식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행렬의 선두에 선 여섯 명의 활동가들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각각 영정을 든 상태였다. 영정 한켠에는 제도의 사각지대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장애인 박진영, 권오진, 박지우, 이재진, 송국현, 김주영의 출생일과 사망일이 적혀있었다.
뒤를 이어 노란색 삼베옷을 입은 상여꾼들은 관을 든 채 행진했다. 관의 전면과 후면에는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때 아닌 장례식 행렬에 세종문화회관부터 광화문역 사거리의 시민들은 관심이 집중됐다.
행렬 선두에 선 차량의 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민중가요는 장애인거주시설, 장애등급제로 인해 숨진 장애인을 애도하는 듯했다. 광화문광장 북측광장에서 진행되는 4·19혁명 기념식장의 흥겨운 분위기와 대비됐다.
현장에서 만난 박채운(한신대학교·재활학과) 학생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예산반영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 폐지다. 장애인 예산을 확대해 진정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장수 활동가 역시 “추진 중인 장애등급제 단계적 페지는 기존의 1~6등급을 중증과 경증으로 나누는 수준”이라면서 “정부는 예산을 확대해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례행렬은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노제를 지낸 후 목적지인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으로 이어졌다.
420공투단은 오후 7시 30분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제17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뒤 이곳에서 1박 노숙투쟁에 돌입한다. 노숙투쟁은 20일 오전 10시 30분 ‘2019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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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범 기자 (csb211@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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