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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왼손잡이 아내’ 뇌졸중과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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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2-11 09:32 조회8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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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왼손잡이 아내’ 뇌졸중과 시각장애인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너무 희화화 시켜 유감에이블뉴스, 한 나그네가 캄캄한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낯선 길인데다 길이 험하여 걸어가기가 매우 힘들었다. 나그네가 더듬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등불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서 등불에 가까이 다가간 나그네는 깜짝 놀랐다. 등불을 든 사람이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분이 왜 등불을 들고 나오셨습니까?”

 

“나는 등불이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기에 들고 나왔지요.”

 

등불을 든 시각장애인 이야기는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시각장애인의 등불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오래전의 등불이지만 현대에도 등불 같은 게 있으니 흰지팡이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자 상대방에게 자신이 시각장애인임을 알리는 등불이기도 하다. 낮에는 위의 흰색으로 그리고 밤에는 아랫부분의 빨간색 야광으로 빛이 나기 때문이다.

 

KBS2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에서 오산하(이수경 분)와 이수호(처음에는 송원석이었으나 나중에는 박도경(김진우 분)으로 바뀌었음)는 부부였으나 신혼여행지에서 이수호가 사라진다. 신혼여행에는 이수호와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면서 오빠동생 하던 장에스더(하연주 분)가 동행한다. 

 

오산하의 아버지 오창수(강남길 분)는 화장품 회사 ‘포레’를 운영하는데 오라그룹에 화장품을 납품하기로 했다. 오산하가 신혼여행을 떠난 후 오라그룹에서는 ‘포레’에서 납품할 화장품이 이미 다른 곳에서 출시되었으므로 계약을 파기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오창수는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오산하는 신혼여행에서 사라진 남편 이수호를 찾아 헤맸으나 이수호도 장에스더도 행방이 묘연했다. 하는 수 없이 오산하는 집으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찾았으나 아버지는 의식불명인 채 병원에 누워 있었다. 

 

 오산하는 물리치료사가 되어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의 입을 통해 오산하가 살아온 길을 이야기 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치료사 면허증을 땄다고 했나? 말은 지지리도 안 들으면서 솜씨 하나는 기가 막히는군.” 

 

오산하는 물리치료사가 되어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오창수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뇌졸중으로 오랫동안 의식불명인 사람이 멀쩡하게 일어나게 된 것은 물리치료사 오산하의 솜씨가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뇌졸중(중풍)으로 전신마비 또는 편마비가 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예전에는 장애인등록이 되지 않아서 뇌졸중 환자나 가족들의 문의가 많았다. 그러자 2000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뇌병변장애인이라는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분류 되었다. 그러나 뇌졸중으로 의식불명까지 된 사람이 멀쩡하게 일어나는 사례를 필자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무튼 오산하는 돈을 벌기 위해서 다른 환자 즉 박도경을 치료하고 싶어 했다. 남편 이수호가 박도경으로 페이퍼오프 한 줄을 모른 채. 장에스더가 이를 알고는 결사반대를 했음에도 박도경은 물론이고 할머니도 오산하를 원했다.

 

오산하는 박도경의 치료사가 되어 집에서도 치료를 했고 병원에 함께 가서도 치료를 했다. 어느 날 오산하는 병원에서 박도경의 치료를 마쳤는데, 박도경은 혼자 가겠다고 했다. 박도경은 승용차 뒷좌석에 혼자 타고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빨간 신호등에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머리를 부딪치자 예전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차에서 내린 박도경은 기억을 더듬어 발길을 내딛었는데 왠지 익숙한 길이었다. 박도경은 그 길을 따라 걷다가 마주 오는 오창수와 부딪혀서 꽈당하고 둘 다 넘어졌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현대에 와서 시각장애인이 등불대신 이용하는 것은 흰지팡이다. 흰지팡이를 짚고 있으면 낮에는 물론이고 야광이라 밤에도 시각장애인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흰지팡이를 짚은 시각장애인은 앞에 있는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해서 흰지팡이로 천천히 반원을 그리면서 걷는다. 

 

박도경은 앞을 보는 사람이다. 흰지팡이가 천천히 반원을 그리며 먼저 나가는 시각장애인하고 앞을 보는 사람하고 꽈당 하고 부딪힐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앞을 보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쫓기느라 미처 흰지팡이를 보지 못하고 달려오는 경우라면 모를까.

 

오창수는 가방 안에 물건을 넣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던 길인데 넘어지는 바람에 물건이 다 깨졌다. 그래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박도경이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안내를 자청했다.

 

 오창수와 박도경은 장인과 사위인 줄 모른 채 함께 걷고 있었다. 장인 오창수는 앞을 보지 못하고 사위 이수호는 박도경으로 페이스오프가 되었으므로 서로가 서로를 모를 수밖에.

 

시각장애인과 함께 길을 걸을 때는 앞을 보는 사람이 자신의 팔을 시각장애인이 잡도록 해야 한다. 흰지팡이를 잡은 손이 아니라 반대편 손이 앞을 보는 사람의 팔꿈치 부분을 잡고 뒤에서 따라오게 해야 된다.

 

그런데 앞을 보는 박도경이, 시각장애인 오창수가 흰지팡이를 짚은 오른팔을 잡고 뒤에서 밀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안내 할 때 박도경처럼 흰지팡이를 잡은 팔을 뒤에서 미는 것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오창수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딸 오산하의 물리치료로 멀쩡하게 일어나기는 했으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망막이 손상되어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시각장애의 원인은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RP라고 하는 망막색소변성 등 여러 가지 질병 또는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데 아직 뚜렷하게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 중에는 시신경손상과 망막손상이 있는데 개안수술은 망막손상일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개안수술을 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왼손잡이 아내’에서 오창수는 망막손상이라 나중에 개안수술을 해서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장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시각장애인이란 나쁜 눈이 0.02이하면 시각장애 6급이고, 좋은 눈이 0.02이하면 시각장애 1급이다. ‘왼손잡이 아내’에서 오창수는 딸의 입가를 만져 보고서야 웃고 있다는 것을 알 만큼 앞을 전혀 못 보는 것 같으니 아마도 시각장애 1급 쯤 되는 것 같다.

 

 현재 오창수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오창수는 부엌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하고 있다. 시각장애가 숙달된 사람도 요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오창수가 요리를 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오창수는 실험실에서 예전에 자신이 하던 화장품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실험실에는 여러 가지 화공약품과 각종 약품이 담긴 비이커가 즐비하고 천칭(天秤)도 있다. 화장품을 만드는 실험은 이것저것 원료를 배합하는 등 그 작업이 미세하고 정밀하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배합했는지 일일이 기록을 해야 할 텐데 그동안 오창수가 점자를 다 익혔을 리도 없고 아무리 오창수가 평소에 그 일을 해왔다 해도 이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데 화장품 실험이라니……. 

 

앞서 집주인이 찾아 왔을 때 혼자서 화장품 실험을 하던 오창수는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에는  화분 등 빈 그릇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있는 집에 누가 마당에다 빈 그릇을 놔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집주인은 몇 년 동안이나 일 년만, 일 년만 한 게 벌써 몇 년이냐며 집을 비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오창수가 빈 그릇에 걸려 꽈당 하고 넘어졌다. 집은 오창수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날아가고 현재는 전세로 살고 있는데, 오산하는 남편 이수호가 찾아 올까봐 이사를 못가고 있었다.

 

‘왼손잡이 아내’에서 오창수가 시각장애인이 되었음에도 오창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오창수에게 별 다르게 행동하지 않고 예전처럼 대하는 것은 장애인복지 관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왼손잡이 아내’의 작가나 연출가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흰지팡이를 짚은 시각장애인을 꽈당 하고 부딪치게 한다거나, 시각장애인의 흰지팡이를 잡은 팔을 뒤에서 잡고 미는 것은 시각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는 행동이다. 더구나 빈 그릇을 마당에 놔둔 것은 오창수가 넘어지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길을 가다가 부딪치고, 마당에서도 넘어지면서, 요리를 하고 화장품 실험을 한다는 것은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을 너무 희화화 시킨 것은 아닐까 싶다. 

 

행여 길을 가다가 시각장애인을 만나거든 ‘도와 드릴까요?’ 물어보라. 시각장애인이 승낙하면 시각장애인이 흰지팡이를 짚은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팔꿈치 부분을 뒤에서 잡게 하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보라.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안내한다고 시각장애인의 지팡이를 잡는 것은 큰 실례임을 잊지 마시길.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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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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