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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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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8-24 08:36 조회6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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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장학금도 편의시설도 아닌 속마음 터놓을 편안한 '친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8-23 17:06:38
형과 터울이 6년이 나기에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 형은 대학에 입학했다. 나이 차이가 나서 그런지 그다지 형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여름이나 겨울이 되면 딱 한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관심을 가졌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저 사람은 등록금도 엄청나게 낸다는데 공부는 도대체 언제 할까?’하는 관심이었다.

그만큼 대학생인 형은 중학생인 나에 비해 방학이 길었다. 지금이야 나도 대학을 졸업한지 한참이나 지났고 대학생들에 대한 관심 자체가 거의 없으니 방학이 되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도, 또한 부럽지도 않다.

다만 일하고 있는 기관의 법인에서 매 학기 시각장애 대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장학사업의 면접심사가 방학에 진행되기 때문에 면접관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대학생들이 방학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 되어 시각장애 대학생들의 장학금 심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기 위해 예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여 최대한 아이들의 학교생활이나 애로사항 등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부분의 시각장애 대학생들이 수업이나 성적관리 등에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포부들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었다. 또, 교재 문제나 조별 발표수업 문제 등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방법들을 찾아가며 한 사람 한 사람 학업에 열심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리고 장애학생도우미 제도 등과 같은 기본적인 지원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어 20여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나아진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 한 가지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같은 과나 전공인 친구, 선배 등과 교류가 왕성한 학생들은 드물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지금 학생들의 상황과 맞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대학시절을 회상해보면 성적관리나 학업 이런 것들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각종 학회와 과모임 등으로 인해 수업이 끝난 후 더욱 바쁘고 술자리 등에 참석하느라 피로가 가실 날이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다.

이러한 학교생활이 진로준비나 성적관리 등 이른바 스펙 쌓기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소모적이고 바람직하지 않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학과 사무실 앞 게시판에 각종 안내문이나 공지 등이 게시되어도 나에게는 그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그런 내용은 이런 모임들에서 어울리던 동기나 선후배들이 알려주었다.

또, 시험을 앞두고 흔히 말하는 족보라는 것이 돌 때에도 선배나 동기들을 통해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굳이 이런 효용성을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당장 매일 점심시간에 누군가와 함께 점심을 먹을지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조금은 특이한 경우지만 결혼을 할 때에도 짧은 기간 동안 준비를 마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는 예식장 준비도 후배네 집에서 운영하는 예식장을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5월의 신부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결혼이 많은 5월 결혼식을 위한 예식장을 4월 말에 잡을 수 있었다. 굳이 이런 상황들 말고도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인맥이나 도움들이 필요할 때 대학시절 그렇게 어울려 놀던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신세를 지곤 한다.

물론, 요즘 장애 대학생들은 이런 것들 중 상당부분을 장애학생 도우미를 통해 해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인연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대학 졸업 후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 대학원에 진학해 장애학생 도우미라는 제도를 나도 이용해 보았다. 그때 도우미 역할을 했던 친구들하고는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

무언가 계약에 의해, 또 서로 무언가 교환을 위해 형성된 관계들은 그 계약이나 교환이 끝난 후 지속되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요즘 장애대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바라보노라면 동기들과의 교류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후배와의 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게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장애학생들 중 다수는 장애로 인해 군복무를 면제받게 된다. 2학년 1학기나 2학기 정도가 되면 전공수업에서조차 대부분 2~3학번 정도 선배들과 수업을 듣게 되는데 동기들과의 교류도 어려운 상황에서 선후배와의 교류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결국 정해진 수업시간 장애학생 도우미와의 교류 이외에 대부분 단절되기 쉬운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 동아리 활동 등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장애인권과 관련된 동아리 들이다. 물론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네트워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권 보장과 향상 등을 목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이기에 오히려 결핍된 부분들도 있다. 이 울타리 밖의 세상과 온도차가 커 오히려 졸업 후 느끼는 어려움이 더 클 수도 있다. 이런 점이 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시각장애 이외에 다른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가끔 마주하게 된다. 학생들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단순히 한 가지 장애만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보다는 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러한 어려움에 맞서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게 옳다 그르다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장학금도, 편의시설도, 도우미 학생도 아닌 힘든 속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에 그냥 마음 편히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친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애대학생들의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같은 학과친구나 선후배의 전화번호가 한 자리수인 경우도 가끔은 발견하게 된다. 이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들은 어디에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들이 졸업한 후 살아가며 이런저런 인맥과 도움들이 필요할 때 과연 누구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장애대학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그리고 이러한 점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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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봉래 (jhob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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