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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행복하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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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6-07 08:45 조회8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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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행복하였노라

지체·청각 중복장애 2급 송상춘씨의 삶-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6-05 16:13:20
‘밤이도다
봄이도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이 시는 김억 김안서의 ‘봄은 간다’이다. 이 시에서 봄밤은 낭만적이기 보다는 암담한 고뇌의 현실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일지도 모른다. 슬피 우는 새의 모습은 자유로이 나는 새가 아니라 시대상황의 절망감 속에서도 봄은 오고 또 가고 있었던 것이다.

김억은 오산학교 선생으로서 김소월 학생을 만나 김소월과는 스승과 제자 사이이다. 그리고 그 때는 일제감정기이다. 김억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황을 ‘봄은 간다’에 담았는지도 모른다.

송상춘 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송상춘 씨. ⓒ이복남
송상춘 씨 이야기를 쓰면서 김억의 ‘봄은 간다’를 골랐던 것은 그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지금은 일제감정기도 아니고 새는 언제나 자유로이 날 수가 있다. 그러나 송상춘 씨의 어머니에게는 가정은 나 몰라라 하는 남편의 방탕과 폭력, 그 속에서 장애인 아들을 키워야 하는 고충에 봄밤은 또 얼마나 서러웠을까. 봄은 해마다 오고 가지만 어머니가 가고 없는 2018년의 봄도 소리 없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송상춘(1967년생)씨의 고향은 부산 영도구 청학동이다. 그는 1녀 2남의 둘째로 누나와 남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동남아를 오가는 원목선의 선원이어서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기에 아이들은 순전히 어머니 몫이었다. 어머니는 첫딸을 낳고 둘째 아들을 낳았다. 두 아이는 잘 크는가 싶더니 둘째 아들이 태어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어느 날 갑자기 열이 펄펄 끊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업고 병원으로 달렸고 병원에서 해열제 주사를 맞혔다. “주사를 잘못 맞았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병원에서 주사를 잘못 맞아서 그런 것 같다며 한의원을 전전했다.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뜸도 뜨고 탕약도 달였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별별 것을 다 했다고 합디다.” 어머니의 별별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는 몸을 잘 가누지도 못했다. 송상춘 씨는 어머니 말씀대로 주사를 잘못 맞아서라고 했는데 필자가 보기엔 뇌성마비가 아닌가 싶다.

“뇌성마비는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비슷한 임상적 특징을 가진 증후군들을 집합적으로 일컫는 개념이다. 즉, 미성숙한 뇌에 출생 시 또는 출생 후의 여러 원인인자에 의해 비진행성 병변이나 손상이 발생하여 임상적으로 운동과 자세의 장애를 보이게 되는 임상군을 말하며, 일부 임상적 유형은 성장함에 따라 변화할 수 있게 된다. 미성숙한 뇌의 기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시기를 규정하는 것은 어려우나 보통 생후 만 5세까지로 규정짓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느 길가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어느 길가에서. ⓒ이복남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송상춘 씨는 나이가 들었다. 어렸을 때는 기어 다녔고 서너 살이 되면서 걷기 시작했지만 잘 걷지를 못했다. “어렸을 때는 친구도 별로 없었습니다.” 적령기가 되자 어머니는 아들을 청학국민학교에 입학시켰다. “혼자 걷기는 했는데 자꾸 넘어졌습니다.”

아버지는 배를 탔는데 가정에는 불성실 했다. “한 번 나가면 반년 쯤 쯤 걸렸다는데 부산에 와도 집에는 잘 안 왔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어디서 살았을까. “모르지요. 술집이나 작은집에서 살았는지…….”

아버지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어머니가 일본에서 살다가 나왔는데 똑똑했습니다.” 어머니의 형제는 7남매인데 어머니는 이런저런 연줄로 외삼촌들도 전부 다 배를 탔게 했다는 것이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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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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