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기능경기 대회 운영과 관련하여 글을 통해 문제를 지적한바 있고 새로운 시범직종으로 안마가 선정되었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 살펴보았다.

올해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 접수가 오는 4월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진행되게 된다.

안마 이외에도 네일아트가 새로운 직종으로 선정되었고 얼마 전 대회 운영규정 등이 공지되었다. 안마 직종에 대한 운영규정을 살펴보며 생각해 보았던 점들을 이야기해 보겠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 모든 직종들이 장애인에게 있어서는 생계의 수단인 동시에 사회참여의 기회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안마가 시각장애인에게 갖는 의미는 좀 더 각별할 수 있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시각을 사용해야 하는 일들과 시각을 통해 습득되는 정보 등의 양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직무에서부터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직업생활에 있어서도 시각 활용은 거의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각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근래 시각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의 결과로 바리스타나 사무직, 단순제조업 등에 종사하는 이들이 나타났지만, 아직도 절대다수의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법적으로 안마를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안마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시각장애인이 직업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안마는 시각장애인에게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의 역사를 1913년 경성재생원에서 부터로 볼 때 이미 100여년이 넘은 시각장애인 대표 직종이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직종으로 채택되었다는 것부터 아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늦은 만큼 더 철저히 준비해서 안마와 함께 삶을 이어온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었다.

첫째, 좀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100여년이 넘게 시각장애인과 함께 해 온 안마업이기에 안마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할 수 있는데 대회 직종 신설에 대하여 정작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에게는 충분히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대한안마사협회 등을 통해 홍보하면 더 많은 안마사들에게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데 이러한 노력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회운영지침의 공지를 보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구체적인 운영지침을 모두 게시판에 적을 수 없기에 해당 파일을 첨부파일로 등록해 두었다.

첨부파일은 '안마직종.zip'라는 압축파일로 되어 있고 이 파일은 다시 '안마직종_재료 공구 설비 목록.pdf'와 '안마 직종 운영지침(게시용).pdf'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는 디스크용량 등이 충분하지 않아 대부분 파일을 압축해 주는 유틸리티를 사용하였지만 근래에는 첨부파일 등이 많을 경우 간단하게 게시하고 다운받을 수 있게 압축파일을 첨부하는 경우가 많다.

압축파일을 해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관련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기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시 한번 압축을 해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압축파일을 첨부한 것 보다 더 아쉬운 점은 운영지침의 파일 포맷이 pdf라는 점이다. 해당 PDF 파일이 스크린리더로 접근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사용 하는 스크린리더로 PDF파일의 내용을 쉽게 확인하고 운영지침을 숙지하기에는 많은 불편이 따른다.

상황이 이렇기에 시각장애인 관련 사업 운영 경험이 많은 기관들이 규정집 등을 파일로 제공할 때에는 HWP파일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접근성 관련 규정 준수에도 큰 문제는 없을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파일 보안이나 관리 규정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기능경기대회 운영 경험과 장애인 관련 전문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해당 직종에 참여자가 모두 시각장애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안마직종 운영지침을 살펴보면서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시각장애인의 유보업종인 안마업은 법적으로 시각장애인만이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불법 마사지업소 등으로부터 안마업권을 침해당해 왔고 위헌소송 등에 휘말리며 크나큰 시련을 견뎌내 왔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견뎌온 시각장애인 안마이기에 안마사 자격에 대한 중요성과 감수성은 매우 높다. 그런데 이번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안마 직종의 운영지침에서 대회 참가 자격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조와 동법 시행령 제3조 및 제4조 규정에 의한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대회 개최일 현재 만 15세 이상인 사람'이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안마사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이들도 중증시각장애인이라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대회의 과제를 안마사 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이들이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마와 관련된 법률과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겪어온 시련을 고려한다면 이 직종에 대해서는 안마사자격증을 소지한 이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명문화 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대회 운영 방식을 살펴보면 1과제인 필기와 2과제인 실기로 나뉘어 각각 20점과 80점의 배점으로 시행되게 된다.

1과제인 필기를 오전에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2과제 참여 여부를 결정한 뒤 오후에 2과제가 수행되게 되는데 1과제인 필기에서는 객관식과 주관식을 혼합하여 20문제가 출제된다고 한다.

그런데 필기시험에서 점자와 확대 문제지를 점자필기구, 점자정보단말기, 자필 등으로 풀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국가시험들과 비교해 볼 때 음성지원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풀이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좀 더 생각해 보면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시각장애 발생시기가 빨라 특수교육 등을 받고 맹학교를 졸업하며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하는 이들과 중도실명 등으로 인해 안마수련원 등을 통해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하는 이들이 안마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의 대표적인 유형이라 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점자를 활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결국 중도실명 후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한 이들 중 확대문자를 볼 수 없는 이들은 이 대회에서 필기시험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음성지원컴퓨터를 통한 1과제 풀이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 대회 방식에 있어서 2과제인 실기는 위원장을 포함한 5인의 심사위원에게 각각 8분씩 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심사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각 심사위원은 전신의 술식 전부를 심사하지 않고 전신을 경부, 견배부, 요둔부, 상지, 하지의 다섯 부위로 나누어 그에 해당되는 내용만을 심사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문장만을 놓고 볼 때 심사위원마다 다섯 부위에 대해 8분간 진행하게 되는지, 각 심사위원별로 다른 부위를 맡아 8분씩 심사를 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규정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심사위원 1인당 5부위씩을 모두 심사하는 것이라면 8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의 안마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심사 시간이 제한적이라 5부위만을 심사한다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명시된 5부위는 전신을 다 심사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대회를 준비하는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하고 이들의 실력을 깊이 있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와 함께한 100년, 산업과 사회구조 변화 등으로 무수히 많은 직업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는 요즈음과 비추어보면 안마업처럼 한 세기를 특정 유형의 장애인들의 삶과 함께하며 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영역은 드물 것이다.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그 영역에 종사하며 살아온 이들의 전문성과 자부심 또한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기능향상을 촉진하고 사회참여를 실현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는 이제야 겨우 시범직종으로 채택되었다.

시각장애인의 안마가 여러 가지로 위협을 받고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종목은 좀 더 일찍 시작되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들의 안마업에 대한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면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사회참여에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비록 그 시작은 늦었다 하여도 운영 방법과 내용 만큼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