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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공공기관 입사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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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3-27 08:48 조회1,3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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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공공기관 입사 도전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26 17:02:27
저는 중대한 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극적으로 합격한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 기반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서, 이제 곧 면접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지원한 곳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고, 당연하겠지만 장애인 대상 제한 채용으로 신청했습니다.

준비 결정에서 시험까지 단 10일밖에 주어지지 않았기에 시험 준비를 부랴부랴 했습니다. NCS는 처음 치러보는 시험 유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NCS 시험공부를 하는 책도 3권이나 사고 그러면서 매우 집중을 하면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조금 어려운 유형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리영역 부분이나 계산이 들어가는 문제는 그야말로 복잡하여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그러한 유형의 문제는 실제로도 많았고, 특히 퍼센트 구하는 공식이 필요한 부분은 매우 머리가 아팠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수학은 거의 존재하지 않은 과목이라고 농담을 해도 될 정도로 수학 실력은 그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조직이해능력과 직업윤리 분야 문제는 쉬웠습니다. 직장 상식 문제도 있었고, 조직 경험이 풍부해야 풀 수 있었던 문제도 적잖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 한국사 영역도 20문제가 출제되었는데, 한국사는 이후 시험을 실제로 본 사람들의 평가 말마따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을 제대로 본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었던 수준의 문제였고, 저도 사실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도 솔직히 시시한 수준의 시험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막판 3일간은 봉투 모의고사 시험 문제지를 구하면서 최종 모의고사를 치를 정도로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의 함정은 영어였습니다. 영어 시험에서 많은 손실이 나올 것이라는 시뮬레이션이 나오면서, 영어 시험에 대한 공포증이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면서 시험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험장 입구에 놓여진 시험장임을 알리는 팻말 ⓒ장지용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험장 입구에 놓여진 시험장임을 알리는 팻말 ⓒ장지용
그리고 운명의 3월 17일 오전 10시 서울 한양공업고등학교에 자리 잡은 제 21 시험실, 그 자리 중 하나에는 제가 앉아있었고 시험 문제를 풀라는 종이 울리자 마치 쇼핑을 위해 밤새도록 기다리던 이들이 판매 시작과 동시에 우르르 몰려가는 모양처럼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100분. 그 시간 동안 100문제를 상대했습니다. NCS 60문제, 한국사 20문제, 영어 20문제. 문제를 다 풀고 OMR 카드에 마킹 작업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속도전’으로 흘러갔습니다. 간신히 시험을 마치는 종이 울린 시점에 마지막 마킹을 마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교회 신부님(제가 속한 대한성공회는 교역자를 부제-사제 혹은 신부-주교로 나눠서 부르고 있습니다.)께 전화를 드려서 시험을 ‘하느님의 은혜 속에 무사히’ 마쳤음을 알려드리니까, 신부님이 일러주시기를 “이제 시험은 끝났으니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기다리도록 합시다!”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마친 시각은 정오를 조금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다시 시험은 22일의 일로 넘어갔습니다. 22일까지 긴장 속에 보내면서 비상시 대책을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에 가서 일자리 알선 교섭을 미리 마쳤고, 다시 운명의 22일 15시, 사실 22일에는 장애청년6대륙 드림팀 관련 일정 때문에 다른 일정까지 챙겨야 했던 상황.

사실 시험 날 본 사주풀이는 ‘충’이라는 결과를 암시받았습니다. ‘충돌하다’의 ‘충’자였습니다. 즉, 불길하다는 점괘가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외의 운명이 닥쳐왔습니다. 불길하다는 점괘의 예상과 떨어질 것이라는 긴장감을 확실히 부수고 시험 통과를 통보받았기 때문입니다.

덕택에 시험 탈락이 결정되면 곧장 출발하려던 장애인고용공단 서울 사무실로 가려는 일정은 자연히 취소되었고, 무사히 함께 준비하던 장애청년6대륙 드림팀 관련 일정을 수행하고 기쁘게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을 시점에는 제가 면접 준비로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관련 기사 검색, 한국산업인력공단 안내문 정독, 예상 질문 돌파 논리 개발 등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운명의 면접날은 3월 29일 오전 9시 30분으로 확정되었다는 통보도 현재 받은 상황입니다.

이 준비를 위해서 이제 인천시청을 통해 면접 정장 대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업체도 섭외가 되어서 이 글을 쓴 며칠 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보실 시점에 면접 정장 대여 관련 일도 볼 것입니다. 안 그래도 이 글을 쓰기 얼마 전에는 머리칼도 많이 길어지고 복잡해져서 깨끗하게 깎아놓기도 했습니다.

제 취업의 특이한 상황은 “떨어지기를 각오하면 붙을 것이오, 붙을 것을 각오하면 떨어질 것이다!”라는 아이러니한 일이 많았습니다. 장애인개발원 입사 당시에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격 채용이 확정되었던 이력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반대로, 붙을 것을 예상했을 때 이를 뒤엎고 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합격을 기원해야한다는 말을 듣는 것도 어렵고, 간신히 “그래도 면접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라는 말을 꺼내는 것도 힘듭니다. 오히려 이것이 부작용을 일으킬까봐 그렇습니다.

면접은 29일에 봅니다. 이 글을 29일 9시 30분 이전에 보시는 분들에게 살짝 부탁드립니다.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최초일 것 같은, 그러한 시도를 시도하는 장지용이 무사히 면접을 통과하여 2개월간의 새로운 인턴도 뚫고 정직원이 되는 그 날이 올 수 있도록 빌어주시기를.

4월 4일 오전 11시 이후에 면접 결과가 공개됩니다. 지금은 면접을 앞두고 썼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아이러니 때문에 떨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확실히 ‘결전’을 치르고 그들을 압도하는 면접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긴장감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무언가가 휘감아 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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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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