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다짐을 한다.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름대로 목표량을 정하고 독서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학생들은 성적향상을 목표로 세우는 이들이 가장 많을 것이고 직장인이나 사회인들은 규칙적인 운동을 목표로 세우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운동을 목표로 세운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계획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경계하여 미리 운동기구부터 구입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들을 실천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지라 몇 달 지나고 나면 이 기구들이 본래의 목적이 아닌 빨래걸이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계획을 잘 세우는 것 못지않게 실천하는 것이 어렵고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천의 중요성은 비단 한 개인의 신년계획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장애인 복지정책도 그 정책의 수립이나 제도의 마련 못지않게 운영이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획기적이고 효과성도 높은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하였다 하더라도 그 시행을 담당하는 이들이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그 제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본래 계획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질되기 쉽다.

지난해 정보화 관련 기관이 웹사이트 게시판에 행사 공지를 등록하며 글 대신 행사포스터 이미지 파일을 그대로 등록하는 경우가 있어 이로 인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웹사이트 들에는 이러한 형태의 게시물들이 등록되고 있다. 일일이 다 지적하고 언급할 수도 없을 만큼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웹접근성 준수에 대해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웹접근성 평가에서부터 웹접근성 품질인증마크까지 각 기관들은 웹사이트 구축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들여 제작된 웹사이트에 게시물을 등록하는 실무자들의 안이한 업무처리로 인해 그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정보소외계층을 위해 적절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계획은 잘 세우고 이를 위한 비용까지 투자해 놓고 정작 그렇게 준비된 것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해 놓은 운동기구를 빨래걸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미 지적한 문제이기에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게시물을 하나 보게 되었다. 2

0１8년과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보다 올해 그 어느 해 보다 대규모의 공무원 채용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보았다. 이에 공무원시험과 관련된 공고문들이 등록되는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공고문이 등록되어 있었다.

'20１8년도 시험일정 안내'라는 제목의 공고문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해당 공고문이 문자가 아닌 하나의 이미지 파일로 등록되어 있을 뿐이었다. 화면낭독 프로그램에서는 단지 '1201.jpg이미지'라는 소리 이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만큼 이 공고물의 조회수도 6만을 넘었다. 단순히 장애인구비율을 고려해 볼 때 3천명 가량의 장애인은 이 공고문을 보았을 것이고 그 중 300명 내외는 시각장애인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300명 가량은 이 게시물이 이미지 파일로 등록되어 있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거나 불편을 겪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이트 좌측 상단에는 '함께서울'이라는 슬로건이 자리잡고 있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구비율을 토대로 한 단순한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도 이 공고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이러한 공고문을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등록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는 일인 동시에 공무담임권 행사를 저해하는 일일 수 있음도 명백한 사실이다.

단순한 행사 안내에 대해 문자를 입력하지 않고 포스터 한 장을 첨부하는 행태에 대해 적절히 규제를 가하지 않은 결과가 이제는 이처럼 중요한 공고문 까지도 이미지 파일 한 개로 해결하려 하는 결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공기관 게시물 담당자들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에 대한 교육이 매우 시급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선 공무원들의 장애인 웹 접근성에 대한 외면을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이들의 사소한 행동들이 우리 장애계가 어렵게 찾은 인권과 복지제도들을 또 하나의 빨래걸이로 만들어 버릴지 모르는 것이다.

개인들 뿐만 아니라 각급 기관들도 올 한 해의 계획에 대해 분주한 1월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새해 각 공공기관들의 계획에 실무자들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보장 교육도 포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