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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너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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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2-23 09:16 조회9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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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너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들려

사랑은 비를 타고 ‘방울방울’ 떨어진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2-22 14:47:11
비오는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그림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비오는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그림 ⓒ최선영
이른 아침 출근길 도로는 즐비하게 늘어선 차량들로 가득 메워져 있습니다.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 첫 출근하던 그날은 비까지 내려 그의 설레는 바쁜 걸음을 더디게 만듭니다. 마음이 급해진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일찍 집을 나선 덕분에 다행하게도 지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거의 다다를 무렵 차 유리창을 똑! 똑! 두드리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날씨 좋다고 했는데... 웬 비...”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그는 볼멘소리로 일기예보의 잘못된 정보 탓을 하며 서둘러 회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합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내리는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은 마치 한여름 소나기처럼 금세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첫 출근인데... 휴...”

출근 첫 날부터 젖은 옷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그는 몹시 난감했습니다. 출근시간은 점점 초를 달리고 있는데 비는 그칠 생각을 않고 있었습니다.

일단 머리라도 가리고 달려가자는 생각으로 가방을 집어 드는 순간 그의 차 옆으로 미끄러지듯 차 한 대가 들어와 그의 차와 나란히 줄을 맞춥니다.

차 문이 열리고 우산이 먼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우산을 받쳐 들고 차에서 내립니다. 그는 우산을 보는 순간 신세를 좀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차에서 내려 회사 정문을 향하는 순간 그도 재빨리 차에서 내려 그녀의 우산 속으로 몸을 피합니다.

그녀의 우산 속으로 몸을 피하는 남자 그림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그녀의 우산 속으로 몸을 피하는 남자 그림 ⓒ최선영
깜짝 놀라 걸음을 주춤하는 그녀에게 그는 멋쩍은 표정을 하며 서둘러 말을 건넵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첫 출근인데 우산이 없어서요... 정문까지 같이 좀 쓰고 가면 안 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는 잠깐 그를 바라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우산 반쪽을 그에게 내줍니다. 말없이 우산 속에서 걸음을 맞추던 그들은 정문 앞에서 멈춰 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그보다 앞선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갑니다. 그도 그녀를 뒤따라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합니다.

그가 출근한 회사는 7층짜리 빌딩에 5층과 6층 두 층을 사용하는 자그마한 디자인 광고 회사입니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그녀는 7층을 누릅니다.

“저 오늘 여기 첫 출근인데... 덕분에 비를 피했네요”

그는 갇힌 공간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 그녀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녀는 대구 없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시간을 확인합니다.

그가 내릴 6층에서 잠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자 그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눈인사를 합니다. 그의 말에 대꾸 없던 그녀도 이번에는 입가에 옅은 미소로 그의 인사에 답해주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왠지 회사생활이 행복할 것 같다는 예감을 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는 발걸음 가볍게 출근을 했습니다. 그녀와 마주치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7층의 그녀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두리번거리며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리번 거리며 그녀를 찾고 있는 남자 그림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두리번 거리며 그녀를 찾고 있는 남자 그림 ⓒ최선영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7층에 올라가 볼 수도 없고...”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7층 작업실이라는 문구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확인했습니다.

“무슨 작업실이지?” 그렇게 그녀에 대해 궁금해하며 며칠을 더 보내고 주말 퇴근시간이 다가옵니다.

“어... 비 오네”

창밖을 내다보던 실장님이 전한 비 소식! 그는 비라는 말에 그녀를 떠올렸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다니...”

그의 혼잣말에는 서운함이 가득 묻어있습니다. 그는 그런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엘리베이터를 향합니다. 막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고 7층에서 내려오는 한사람, 바로 그가 만나기를 바라던 그녀가 서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녀를 바라보며 활짝 웃으며 눈인사를 했습니다. 그녀도 은은한 미소로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습니다.

정문 앞에서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녀를 뒤따르던 그는 그녀가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눈치채고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녀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우산 없으시죠... 지난번에 신세 진 것 오늘 제가 갚아야겠네요”

그는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며 그녀에게 미소를 보냅니다. 그녀는 그가 펼쳐 준 우산 속으로 말없이 들어옵니다.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남자  그림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남자 그림 ⓒ최선영
그리고 그들은 그날 이후 가끔 마주칠 때마다 눈인사를 나눕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퇴근길 비가 내렸습니다.

그는 비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일기예보에 오후에 비 소식이 있었지만 우산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 나와 그녀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꼭 이름을 물어볼 거야...”

그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합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가 걸어옵니다. 문 앞에 서 있던 그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
인사도 없이 “저... 우산 없으세요?”라며 우산 이야기부터 꺼냅니다.

그녀는 미소를 가득 머금고 가볍게 눈인사를 하더니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펼치며 밖으로 나갑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와 그녀의 우산 속으로 들어옵니다. 우산을 그의 쪽으로 더 기울여 주는 그녀에게 그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 이름이...”

그녀는 그의 말에 반응 없이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갑니다. 그는 자신의 차 앞까지 우산을 씌워 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시 이름을 물어봅니다.

“저는 이진석입니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그의 말에 그녀는 대답 없이 그를 바라보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자신의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갑니다. 그녀의 뒤에 남겨진 그는 그녀를 향해 소리칩니다.

“저...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 당신이 내 눈에 들어온 후부터 쭉 당신 생각만 했어요”

그녀를 향한 그의 외침은 비를 뚫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지만 그녀는 그 소리를 외면하고 가던 길을 걸어갔습니다.

“오늘은 꼭 당신 이름 알고 싶었는데... 당신 목소리도 듣고 싶었는데...”

혼잣말을 하며 차에 오르지 못하고 비를 맞고 있는 그를 멀리서 바라보던 그의 회사 동료가 그에게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며 말했습니다.

“저분 7층 쓰시는 분인데... 진석 씨 말 듣지 못하실 거예요...”
“아니 그게 무슨...”

그는 동료의 말에 잠시 말을 흐리다 눈을 크게 뜨며 “설마...”라며 되묻습니다

“네 맞아요 청각장애인이세요”

동료의 말에 그의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에게 계속 말을 했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순간 혼란스러워진 자신의 마음이 얕은 느낌이 들어 싫기도 했습니다. 그는 며칠을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언어를 알아가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그는 그녀의 언어를 매일같이 열심히 배웠습니다.

꽃을 주는 그의 손, 꽃을 받는 그녀의 손 그림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꽃을 주는 그의 손, 꽃을 받는 그녀의 손 그림 ⓒ최선영
그리고 그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꽃다발을 들고 7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녀에게 꽃을 건네주고 ​그는 그동안 그녀를 향했던 마음을 그녀의 언어로 고백했습니다. 한참을 그녀는 그를 바라보다 그에게 그녀의 언어로 대답합니다.

“제 마음에도 당신이 들어와 있었어요... 저를 위해 펼친 우산 속으로 들어서던 그날... 사실 제 가방에 우산이 있었어요...”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사랑한다고 고백했습니다.

사랑해를 말하는 손  그림 ⓒ최선영 에이블포토로 보기 사랑해를 말하는 손 그림 ⓒ최선영
그는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귀로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그 목소리는 그의 마음을 울리며 아주 자세히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마음의 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비가와도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그녀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비를 타고 지금도 보는 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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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선영 칼럼니스트 최선영블로그 (faith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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