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주류화 실현? 아직도 낯선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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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2-09 09:47 조회61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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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주류화 실현? 아직도 낯선 ‘난제’
관련연구 10년째, 복지부 무관심·정책 반영 ‘0’“현실적 전략 글쎄…장애계 공감대 형성부터”
비장애인 주류의 모든 정책과 제도에 장애를 고려하자는 의미의 ‘장애주류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는 여전히 ‘난제’로 남았다.
장애주류화가 연구된 지 10년이 흘렀음에도 정부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장애계 내부에서도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아 장애운동의 동력을 모을 수 있을지의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인 것.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사회연구소는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주류화정책 실현을 위한 패널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애주류화란 비장애인과의 평등 실현을 위해 일반 보편적인 정책과 제도에 장애를 고려하자는 의미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도구로 장애영향평가, 장애인지예산, 장애인지통계, 장애인지교육 등이 있다. 이는 성주류화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본격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먼저 이날 사회를 맡은 장애주류화정책포럼 김동호 대표는 “장애주류화 관련 연구는 2011년부터 본격 연구가 됐고, 이를 토대로 장애인지예산, 주류화에 대한 이슈가 있었지만, 그것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장애주류화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왔던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연구를 해왔지만, 무력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주류화는 어느 조직에서 주도권을 잡는 파워게임이 아니고, 장애와 관련된 사업이 아닌, 보편적인 사업에서 얼마만큼 장애인을 고려하는지 부분이다. 주류인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옮기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장애주류화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내놨다.
이어 “현재 장애정책예산이 있고, 그 예산 파이를 키워도 당사자가 체감하는 변화가 거의 없다. 장애정책 예산만으로 삶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변화, 즉 일반 예산을 건들지 않으면 비장애인과의 평등이 오지 않는다”면서 장애주류화의 의미를 짚었다.
2008년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제안으로 현재까지 장애인지, 장애영향평가 등을 연구하면서 김 교수가 맺은 결론은 “앞으로 연구하지 말아야겠다”였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성인지 같은 경우 여성 국회의원들이 아젠다를 끌어갔다. 하지만 장애 쪽 연구는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 복지부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의원들 또한 최근 발의하겠다고 하지만 그분들이 얼마나 의지를 가질지 모르겠다. 10년 연구했는데 정책에 반영된 것이 1도 없다. 의미 있는 연구인데, 힘 빠지는 상황”이라고 회고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도 “복지부만 반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장애계도 반응이 없다”면서 말을 보탰다.
김 사무총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준비한 지가 7년이다. 저 같은 경우는 주류화 자체가 와닿지 않아서, 성주류화 관점에서 따올 수 있는 게 인지예산, 영향평가 부분이었다. 그래서 권리보장법안에 함께 담아놨는데, 권리보장법은 시기상 안 될 것 같다. 복잡하고, 무겁고, 중복되고 해서 사실 미리 마음은 접었고, 다음 총선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장애주류화’ 용어에 대한 적절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비장애인들이 봤을 때 ‘장애주류화’에 대한 거부감과 오해, 그리고 장애계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점 등을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꼽은 것. 그에 반면, “벤치마킹에서 벗어나 우리의 지향점에 집중하자”면서 용어 논쟁에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다양한 의견이었다.
목원대학교 김동기 교수는 “개인적으로 주류화 용어를 안 좋아한다. 우리만 쓰는 용어가 아니라, 장애인에 대해 무심한 95%의 비장애인과 같이 써야 하는데, ‘장애인 되라는 얘긴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비장애인이 바라봤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고 고민점을 드러냈다.
장애인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윤삼호 소장은 “주류화는 여성운동에서 쓰는 언어로 장애 쪽에서는 익숙지 않다.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여성과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장애는 정체성이 나눠져 복잡하다. 농인사회의 경우 수화언어를 통한 자기공동체, 강력한 정체성이 있는데 구화를 주로 사용하는 주류사회와 통합? 깜짝 놀랄 일이다. 국제적으로 선진국 국가에서도 주류화 담론 자체가 안 되고 있다. 주류화 전략을 한다 해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또한 “일반 법률 안에 장애가 반영되는 것은 주류화하는 것과 다르다. 주류화란 언어 속에는 정치성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며서 “기존법에 장애가 반영되는 것은 통합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동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장애주류화 뿐 아니라, 장애인지, 장애영향평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주류화는 먼 얘기이고, 참고할 문서가 성밖에 없었다”면서 “결국 장애주류화와 장애통합 이런 문제도 어떤 문서에도 없는 (윤삼호)소장님의 생각이다. 목적은 통합이되, 수단적 목표로서 장애주류화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지예산, 통계 관련 부분은 전략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여성 쪽을 흉내 내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자”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여성이 정치세력화 주장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똑같이 참여 보장 촉구와 추천명단을 각 당에 돌렸다. 여성기업촉진법을 보고,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똑같이 장애인기업법을 만들어 시켰다”면서 “어느 정도 벤치마킹하고 간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순간 내 옷이 아닌 것처럼 어색하다. 성주류화 용어를 그대로 가져가 ‘생소하다’, ‘낯설다’ 이런 논쟁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지향점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장애주류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장애주류화정책포럼 김동호 대표는 “복지부와 유엔에서 일할 때, 모든 사업에 대해서 그 사업이 여성 문제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보고하게 돼 있다. 이처럼 장애를 어떻게 고려했고, 적절히 예산 반영했는지 보고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정책 안에 장애를 녹여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지 않겠냐”면서 “정부 담당자들이 그림을 그릴 때 장애 문제를 고려하게 만드는 것. 이것부터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성숙하지 않았다. 편의증진법이 20년이 넘었는데도 건축에서는 아직 주류화가 되지 않았다. 방법은 건축사 시험 때 하나의 과목으로 공부하게 하면 되는데 실현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수십 년이 흘러도 주류화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사회 파장이 클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장애를 우선 고려? 의미가 있다고는 보는데 현실적 전략이 뭐냐고 한다면 방법은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애인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윤삼호 소장은 “우리 운동이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 때 같은 동력체를 만들 수 있을까? 강력한 정치적 운동을 통해 성주류화처럼 한 번에 만들 수 있을까? 누가 목숨 걸고 할 것인가. 운동세대가 지나갔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각종 법률에 장애 조항이 포함되는 것은 당장 실천할 수 있다. 통계 또한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장애인지제도의 경우 권리보장법 또는 기본법을 논의할 때 함께 동력을 모을 수 있겠다”면서 장애계의 정치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원대학교 김동기 교수는 “가장 최우선적 작업은 통계인 것 같다. 국가통계법을 통해 장애 구분 코드를 만드는 것부터 손을 대야 하지 않을까. 통계를 통해 설득하고, 로비해야 하는데 통계가 없으니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면서 통계 구축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숭실대 사회과학연구소 문지영 교수는 “장애주류화가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성주류화는 도입 이전부터 오랜 이론적인 논의가 많았다. 장애주류화 또한 굉장히 물밑작업, 실천적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동호 대표는 “장애주류화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난제다. 무릎을 치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도 계신다. 장애계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장애통계, 장애인지조항을 만들어 가는 것 등 분야별, 상황별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맺었다.
한편, 이날 플로어에 참석했던 바른미래당 한지호 위원장은 “저는 지방에서 유복하게 태어났고, 좋은 대학을 나왔음에도 항상 느끼는 것은 아싸(아웃사이더)다. 당에서 간부회의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주류화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부분에서 와닿는다. 최근 10년간 복지가 발달했지만,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부분에서 소외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발 단체에서 장애주류화를 체계화 시켜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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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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