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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65세 장애인 고려장, 장애계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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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2-23 09:51 조회7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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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65세 장애인 고려장, 장애계 일파만파

 

2019년 기해년(己亥年), 올 한해도 장애계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시끌벅적했다. 

 

30여년 간 시행되어왔던 장애등급제 폐지가 지난 7월부터 시행됐고, 이어 10월에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결과로 휠체어 탑승 장비를 장착한 고속버스가 시범운행 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들의 삶에 피부로 와 닿지 못한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며 기존 의학적 평가에서, 사회 환경적 요인까지 적용하는 ‘서비스 종합조사표’가 도입됐지만, 정부가 기획한 최대 16.16시간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한 명도 없으며, 그마저도 기존 시간보다 탈락하는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범 운행된 고속버스도 차량이 단 10대에 노선이 4개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등 많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예산 반영과 운영에 대한 로드맵 마련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와 더불어 만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연령제한 폐지, 갈 길이 먼 장애인연금 인상 문제, 부족한 장애인식 문제로 불거진 정치인들의 잇따른 장애비하 발언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이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내년 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총선’을 통해 장애계를 대변할 국회의원을 배출한다면, 그간 소외돼왔던 장애인 정책과 예산에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7개를 선정, 한해를 결산한다. 네 번째는 ‘활동지원 연령제한’이다. 

 

‘마의 65세’. 이미 어쩌면 장애계에서는 익숙한 이슈였습니다. 만 65세가 지나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은 몇 년 전부터 나왔고, 19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법안 발의도 진행된 바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관련 법안은 계속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총 4건의 법안은 보건복지위 테이블에서 먼지만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터질 것이 터졌습니다. 활동지원이 끊겨 목숨까지 위태한 3명의 중증장애인들이 몸에 피켓을 걸고 “살려 달라”고 호소했고, 이는 단식투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국회 앞에서는 “활동지원법을 개정해달라”며 6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삭발을 거행하기도 했죠. 

 

올 하반기, 장애계 뜨거운 감자이자, 에이블뉴스가 선정한 올해 장애인키워드는 ‘만 65세 활동지원 연령제한 폐지’입니다.

 

‘요양등급을 받게 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한번 부탁드립니다.’

 

뜨거웠던 8월 무렵, 서울 동작구에서 만난 1954년 6월 13일생인 김용해 씨의 만 65세 생일은 아무 끔찍했습니다. 3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이 된 그는 고령으로 인한 질병도, 노인성 질병 하나 없이 건강했지만, 노인장기요양 3등급을 받은 것이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급자격은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까지로, 활동지원을 수급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해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도록 하게 돼 있습니다. 심사 후 장기요양 등급이 나오면 장애인의 필요도와 무관하게 활동지원은 중단되고, 장기요양만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게 될 경우에만 활동지원 신규 신청자로 다시 종합조사를 받고, 수급자격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만 65세 도달 수급자가 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된 인원은 연간 400여명 정도로, 지난해의 경우 1025명 중 363명이 노인장기요양으로 전환됐습니다. 노인장기요양은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아도 하루 최대 4시간의 서비스만 받을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도 등록장애인 현황’을 보면, 65세 이상 노년층 장애인 비율이 46.7%입니다. 2011년 38%, 2014년 41.4%, 2016년 43.4%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이제 활동지원 중단 문제는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8년 말까지 4년간 활동지원 수급자 중 65세 도래자는 3549명. 이 중, 노인장기요양급여 전환자는 1159명으로 32.7%입니다. 

 

특히 장기요양으로 전환된 장애인의 64%가 활동지원이 더욱 더 절실한 종전 활동지원등급 1,2등급에 해당했습니다. 월 평균 188시간이 하락했고, 최대 313시간까지 떨어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독거-취약계층의 비율도 25.7%나 됩니다.

 

“장애인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및 장기요양 전환은 현대판 ‘고려장’!! 연령제한 폐지하라!”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8월 활동지원 연령 제한을 폐지해달라며 릴레이 단식 농성, 김용해 씨를 포함한 총 3명의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더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소속 6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는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며, 국회와 정부를 더욱 압박하는데 힘을 보탰죠. 그 후, 10월 9일부터 따가운 가을볕과 추운 초겨울 무렵까지 국회 앞 1인 시위가 계속 됐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감감 무소식’. 

 

“저와 같이 손도 사용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은 지원 받는 4시간외에는 그냥 집에 혼자 방치 될 수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혼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장애인을 그냥 방치하는 건, 옛날에 나이 많은 사람을 죽으라고 내다버리는 고려장과 다를 게 없습니다.”

 

2007년 교통사고로 척수 5~7번이 손상돼 척수장애인 A씨는 만 65세 이후 활동지원이 끊기며 장기요양으로 전환, 어쩔 수 없이 하루 13만원을 개인 부담하며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역 시의원, 구청도 찾아갔지만 당장 달라지는 것이 없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A씨는 65세 이상도 활동지원을 받게 해달라는 국민청원도 게재했지만, 서명인원은 4500여명에 그쳤습니다. 

 

20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청와대 답변을 받을 수 있지만, 소수자 문제이다 보니 사회적 큰 관심도 받지 못한 겁니다. 그 기간동안 만 65세가 돼 활동지원 ‘절벽’앞에 선 장애인들은 생존을 위해 사설 요양원에 입소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죠.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활동지원 연령제한 폐지가 담긴 법안이 통과되어서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만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 허용이 담긴 활동지원법 개정안은 총 4개로 정의당 윤소하,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2개)이 각각 발의했습니다. 내년 4월 15일 총선으로 인해 사실상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이지만, 4개의 개정안들은 여전히 상임위 테이블에서 먼지만 쌓여갑니다. 

 

지난 10월 무렵,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주최 토론회에서 복지부 측은 이 같은 활동지원 연령제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한 바 있습니다.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만 65세 가장 큰 부분이 기존 수급자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입니다. 전체 장애인 중 47%인 고령장애인들과의 관계라든지, 또 고령장애인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국회도 같이 논의 중입니다.”

 

즉, 만 65세 후 장기요양을 받는 노인 가운데 신체기능이 떨어진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입니다. 결국 당장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활동지원 연령문제를 언급하며,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에 대한 답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죠. 그 답을 어서 달라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은 청와대에 질의서를 전달했습니다. 

 

기자회견, 토론회, 법안 발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및 긴급구제, 질의서 전달, 국민청원, 삭발, 단식투쟁까지 활동지원 65세 연령 폐지 해결을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 ‘논의 중이다’. ‘해결해보겠다’는 말도 귀에 딱지 앉을 때까지 들었습니다. 

 

2020년이 되면 또 많은 장애인들이 만 65세 생일을 두려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당장 빨리 보다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나와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이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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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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